건설업계는 딱딱한 이미지?… 유튜브 ‘감성 마케팅’ 나섰다

입력 2025-05-07 02:15
게티이미지뱅크

건설사들이 ‘유튜브’ 채널로 2030세대들에 다가서고 있다. 친숙한 공간인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한 감성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에는 자사의 기술력을 드러내거나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는 광고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일상이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상으로 MZ세대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운영하는 롯데캐슬 공식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는 지난달 말 구독자 4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조회 수는 4500만회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유튜브 채널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오케롯캐’는 아파트 분양 마케팅을 넘어 웹 예능, 깜짝 카메라, 뮤직비디오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일상 속 즐거움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주거·부동산·문화 등 최신 트렌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이 제작한 영상 '엄마의 시간'의 장면. 롯데건설 유튜브 채널 캡처

지난 1월에는 롯데캐슬 실제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이벤트 ‘엄마의 시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맞벌이 자녀들이 부모님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집의 의미를 돌아보는 이 영상은 공개 3주 만에 3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세상 단 하나뿐인 작품, 집’ 콘텐츠로 ‘제17회 대한민국 소통어워즈’에서 영상 콘텐츠 부문 대상을 받았다.

GS건설의 ‘자이TV’는 69만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사 유튜브 가운데 구독자 수가 가장 많다. 건설사 유튜브 채널 중 최초로 ‘실버버튼’(구독자 10만)을 받았다. 현재 게재된 영상은 약 680개다. 자이TV는 MZ세대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한 개그맨들과의 협업 콘텐츠부터 대화를 통한 강의 영상까지 다양하다. 절세위키, 생생분양톡, 인테리어 트렌드, 쇼미더자이, 부동산핫이슈, 부동산What수다 등 코너가 인기다. 유명 강사, 교수, 애널리스트, 세무사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노하우에 대한 조언과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영상도 기획·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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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는 ‘더샵TV’ 채널에서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를 감안해 ‘멍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대형 건설사만 유튜브 공략에 나서는 게 아니다. 중견 건설사들 또한 톡톡 튀는 영상 콘텐츠를 선보인다. KCC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채널 ‘KCC 스위첸’에 올린 광고 ‘문명의 충돌’ 시리즈 1·2 영상은 7210만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제22회 서울영상광고제에서 6년 연속 수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유튜브에 업로드된 식구의 부활 ‘간장 계란밥’편은 7개월 만에 조회 수 1468만회를 달성했다.

건설사들이 딱딱한 이미지를 버리고 MZ세대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일상이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KCC건설이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문명의 충돌'(위)과 '식구의 부활'(아래)은 각각 7210만회, 1468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KCC건설 유튜브 채널 캡처

계룡건설은 ‘해볼계룡’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생에게 친숙한 샌드박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산업대교를 짓는 영상은 업로드 한 달 새 30만이 넘는 조회 수를 올렸다. 댄서그룹인 ‘FunkyFonky’와 함께 경기도 수원덕산병원 신축 건설공사 현장에서 댄스를 선보이는 콘텐츠는 조회 수 85만회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프롭테크, 부동산 플랫폼 등도 ‘부동산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직방은 4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직방TV’채널은 초대·고민·근황썰로 구성된 부동산 프로그램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전문 플랫폼 ‘KB부동산’이 운영하는 채널인 ‘KB부동산TV’는 부동산 정보와 재테크, 인테리어를 넘어 인문학과 건강, 자기계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해 현재 1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유튜브 채널 확장세가 급등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를 기점으로 2030세대의 투자가 늘었고 비대면 마케팅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자이TV는 이 시기 연간 10만~15만명씩 구독자 수가 늘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청약의 주 고객층인 20~40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건설 노하우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이해도를 높이려는 건설과 부동산 관련 콘텐츠도 관심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