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족쇄 달고 뛰게 된 李… 민주 “대법원의 대선 개입”

입력 2025-05-01 18:56 수정 2025-05-01 23:2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 한 포장마차에서 비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안경을 들어 올리며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이라며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6·3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도 증폭되게 됐다. 이 후보는 ‘선거법 유죄’라는 족쇄를 달고 선거 레이스를 뛰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민주당은 “초유의 대법원 대선 개입”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가 내려지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선거 영향 분석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하루 만에 사법부발 초대형 악재가 발생하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이 후보가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 후보에 선출된 만큼 후보 교체론 등이 제기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30여일 남은 대선까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돌파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다.

상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번 판결은 법원에 대한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린 희대의 판결로 사법 역사에 길이길이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내란 종식과 정의 회복을 위해 국민만 믿고,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결연하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역시 “법도 국민의 합의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며 예정된 대선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연천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잠시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했을 때 해당 재판이 대선 이전에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 후보로서는 국민의힘 등으로부터 계속해서 후보 자격 적격성 공세를 받으며 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양쪽 진영의 지지층이 견고한 상황에서 결국 관건은 중도층 민심이 이번 판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여론 기류에 촉각을 세우고 민심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용진 의원은 “민심은 내란 세력의 심판을 위한 역결집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대통령은 법원이 뽑지 않는다. 국민이 뽑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한 쿠데타이자 내란 행위”라며 사법부를 직격하는 거친 비판이 이어졌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대법원은 졸속 재판을 하며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국민주권과 국민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법 권력이 헌법 질서를 무시하고 입법·행정 권력까지 장악하겠다는 거지?”라며 “한 달만 기다려라”고 경고했다. 사법부에 대해 ‘보복’을 시사한 것으로도 읽힌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이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에 따라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도 벌써부터 나왔다. 당 선대위 공명선거법률지원부단장인 박균택 의원은 “6월 3일 이전에 유죄 확정판결이 나올 수 없다”며 “대선이 끝나면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판절차가 중단된다는 게 헌법학계의 통설”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는 “지지율 앞에 장사는 없다”며 “이재명을 지키려다 자칫 민주당이 패하게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판 이동환 기자, 연천=송태화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