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 받은 어린이, 기증자 가족에 ‘감사의 하트’

입력 2025-05-02 03:04
1일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회의실에서 엄마 품에 안긴 심장이식 아동 김주아(4·오른쪽)양이 장기기증인 유가족 이나라(32)씨에게 카네이션을 건네려는 순간 감정이 북받친 이씨와 김양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건 저한테 심장을 선물해주신 가족들께 드리는 그림이에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나무와 햇살, 그리고 손 하트를 그렸어요.”

강윤호(9)군은 1일 손수 만든 카네이션과 손 하트를 그린 그림을 들고 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앞에 섰다.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열 번 넘는 수술과 중환자실 입퇴원을 반복했던 강군은 지난해 1월의 마지막 날 심장 이식으로 새 생명을 선물받았다. TV에서만 보던 야구를 이제 직접 공을 던지며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강군은 “기증자 부모님께 건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회의실에서 생명을 주고 떠난 이의 가족들과 그 생명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마주했다. 처음으로 열린 ‘생명나눔, 다시 만난 봄’ 행사에서다. 아이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카네이션을 전했고 기증인 유가족은 손글씨 롤링페이퍼와 어린이날 선물로 답했다. 현행법상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신원은 공개할 수 없어 직접적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생명을 나눴다는 특별한 인연으로 모인 이들 사이엔 눈물 섞인 진심이 오갔다.

1.37㎏ 미숙아로 태어나 인공심장에 의존하며 살던 이온유(5)군도 2023년 심장을 이식받으며 새 삶을 얻었다. 이군의 어머니 조혜성(29)씨는 이날 기증인 가족들을 만나 “온유에게는 기적이었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대신 받았기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기증자 가정에 하나님의 평안이 함께하길 매일 기도하며 온유도 그 마음 잊지 않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202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심장을 이식받은 김주아(4)양의 아버지 김재겸(38)씨는 현장에서 감사 편지를 낭독했다.

“560일 만에 퇴원한 주아는 이제 숨도 잘 쉬고 밥도 잘 먹습니다. 네 가족이 한집에서 자는 일상이 회복됐고 잘 웃지 않던 주아의 오빠도 드디어 환하게 웃더라고요. 우리 부부는 감사의 뜻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도 마쳤습니다. 이 생명 최선을 다해 지켜내겠습니다.”

딸을 안고 편지를 읽던 김씨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고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주아 가족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도너패밀리 이나라(32)씨도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생후 13개월 된 둘째 아들 정민군을 사고로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보니 우리 정민이가 정말 좋은 일을 하고 떠났다는 걸 느꼈다”며 “오늘 남편과 오랜만에 정민이 사진을 꺼내보며 얘기할 수 있어 우리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호(69) 도너패밀리 회장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생명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이 만남이 서로에게 평생의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매년 5월 가정의 달에 도너패밀리를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오는 14일 뇌사 장기기증인과 유가족을 기리는 ‘로즈디데이(Rose D-day)’를 기념해 한 달간 온라인 사진전 ‘선한 이웃’을 진행한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