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이어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데 따른 처분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재판 등에서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고 다른 증거도 확보된 만큼 조사 없이 추가 기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이른바 ‘비밀캠프’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캠프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1월 26일 대통령 불소추특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죄만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해 불소추특권이 사라졌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관련 범행 중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번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군 지휘관에게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말하거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에게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한 것은 국회의원의 비상계엄 해제결의안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방해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계엄군을 동원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휴대전화를 빼앗아 선거 관리에 대한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1차 기소 때처럼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본인 입장을 충분히 밝힌 데다 직권남용에 관한 증거는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불구속 기소 이유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로 석방된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검찰은 같은 범죄 사실로 재구속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비밀캠프 운영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소속됐던 인사 등을 불러 조사했으며 비밀캠프로 지목된 화랑 소유주인 김씨 남매를 지난달 조사했다. 경찰은 비밀캠프 운영 방식과 비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비밀캠프는 윤 전 대통령이 공식 운영 캠프보다 편하게 쓰고 싶은 공간이 필요해서 따로 하나 만든 곳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취임 후 정지됐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앞으로 3개월여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식과 시점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해 서면 조사 등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조사를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재환 김용현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