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어 호주 총선 판세도 트럼프가 바꿨다

입력 2025-05-01 18:55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전국기자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앨버니지가 이끄는 노동당은 3일 총선을 앞두고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보수 야당을 앞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 이어 3일(현지시간) 열리는 호주 총선까지 뒤흔들고 있다.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에 계속 밀리던 집권당이 ‘반트럼프 민심’을 등에 업고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연방 하원 150석 중 최대 85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보수 야당 자유·국민연합의 예상 의석수는 최대 53석에 그쳤다. 예상이 현실화되면 자유·국민연합은 1946 년 이후 가장 낮은 의석수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노동당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전국적인 주택난으로 정권심판론에 시달렸다. 자유·국민연합은 이를 공략하며 지지율을 높여 갔다. 지난 2월 3일 기준 자유·국민연합 지지율은 50.6~53.8%로 노동당(46.2~49.3%)을 소폭 앞섰다.

두 달여 만에 판세가 뒤집힌 것에는 트럼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국민연합을 이끄는 피터 더튼 보수당 대표는 트럼프를 벤치마킹해 선거운동을 진행해 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를 모방한 부서를 만들어 공무원 4만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공약했고, 트럼프처럼 ‘정치적 올바름(PC)’ 행태를 공격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호주도 피하지 못하면서 이는 야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호주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에선 10% 기본관세만 적용받았지만 주요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에 25% 품목 관세가 부과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또 호주 연기금은 관세 여파로 급락한 미국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상태다.

이런 상황은 호주 유권자들의 반트럼프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레드브리지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유권자 48%가 트럼프가 촉발한 불확실성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역풍을 맞은 자유·국민연합은 일부 공약을 철회하며 트럼프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지지율 반등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마리야 타플라가 호주국립대 정치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호주 정치 분위기가 최근 반트럼프 정서를 앞세워 집권당이 승리한 캐나다와 흡사하다며 “트럼프는 (호주 국민이) 국기 아래 단결하도록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이는 현직 지도자를 불리한 위치에서 유리한 위치로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