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던진 선수’ 한덕수, 계엄 책임론 극복·확장성 입증이 관건

입력 2025-05-01 18:53 수정 2025-05-01 23:22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사퇴 전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1일 사직은 그가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하며 “안정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마지막 소임’을 밝힌 지 39일 만이다. 구(舊) 야권은 출마설이 불거질 때마다 윤석열정부의 유일한 국무총리인 그를 향해 “대권을 꿈꿀 것이 아니라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비판해 왔다. 출마의 배경은 결국 ‘친윤(친윤석열)’ 세력의 입김이라는 추측, 50여년의 공직생활을 불명예로 돌릴 ‘노추’라는 혹평도 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국가 도약’과 ‘국민 통합’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겠다며 출마를 결심했다 한다. 1970년 입직해 김영삼정부부터 윤석열정부까지 많은 대통령을 보좌했으나, 전직 대통령 누구도 이 과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실패담이 거꾸로 출마 이유가 됐다. 문제는 한 권한대행이 말하는 국가 도약과 국민 통합이 중도층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여부다. 이 경쟁력 여부는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죄 취지 판단과 더불어 대선 판도를 흔들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 통합을 표방해 호남·충청 인사들을 중용하는 선거 조직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곡성군 출신으로 호남 지역 최초의 보수당 의원이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한 권한대행 캠프에 합류했다. 한 권한대행 측은 “한 권한대행은 이념과 지역, 세대를 초월한 국민통합을 국가 도약의 전제로 본다”며 “보수 정권이 다소 소홀했던 호남과 충청은 물론 어떤 지역도 차별화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2일 출마 선언을 하며 중도 보수에 중심을 둔 실용·합리주의 노선을 표방할 방침이다. 3일 결정될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은 수순에 가깝다. 구 여권 관계자는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입당 시점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일화를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에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호 9번’을 쓰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빅텐트’라는 말 속에 이미 실용이 있다”며 “‘두부 자르기’ 식으로 선 긋는 일 없이 새로운 정책과 노선으로 누구든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화 세력 중에서도 정책적으로는 보수를 지향하는 이들이 있다”며 “실용과 통합을 추구한다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한 상태다.

보다 실질적인 문제는 중도 확장성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8~30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재명’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았다. ‘한덕수’(13%) ‘한동훈’(9%) ‘김문수’(6%) ‘이준석’(2%) 등이 뒤를 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권한대행이 범보수 진영 1위지만 이 후보에 비해 29% 포인트나 뒤처져 있다. 한 권한대행을 아는 한 인사는 “상황 논리를 따르는 관료적 특색이 출마로 이어졌다”며 “지금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는데, ‘관리형 대통령’을 신선하게 봐 준다면 바람이 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박민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