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건을 접수한 지 34일 만에 파기환송하면서 “선거범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기소된 지 2년8개월이 됐고 1·2심 판결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이 최대한 신속하게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하급심 단계에서 재판이 장기간 지연됐고, 2심은 1심을 정반대로 뒤집는 등 ‘오락가락 판결’로 법원이 사회적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1일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보도자료와 판결문을 통해 신속한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은 “상고 사건 접수까지 약 2년6개월이 걸린 1·2심 지연과 엇갈린 판단으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사건 쟁점에 관한 심층 검토를 집중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 접수 후 곧바로 하급심 판결문 등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돌입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변호인 답변서 등 접수 절차가 마무리되자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했고, 9일 만에 선고하는 전례 없는 속도전을 벌였다. 서경환 대법관 등은 보충의견을 통해 “적시 처리가 필요한 사건을 다루는 여러 법원에 뚜렷한 메시지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앞서 미국에선 2000년 대통령 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도 제기됐다. 대법원은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사건 접수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친형 강제입원’ 발언이 문제가 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선 무죄 취지 파기 판결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이날 전합에선 반대로 유죄 취지 판결이 나와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1심에만 2년2개월이 소요돼 대표적 재판 지연 사례로 꼽힌다. 선거법 사건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있지만 하급심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사건을 심리해온 1심 재판장은 갑작스레 사표를 냈다. 1심은 지난해 11월 15일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2심은 4개월째인 지난 3월 26일 1심을 뒤집고 전부 무죄 선고를 내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심에서 뒤집히지 않았다면 이번에 유죄가 확정되는 사건이었다”며 “법원이 재판 지연과 오락가락 판결로 혼란을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