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면세점… 잇따른 폐업에 ‘빅4’ 모두 희망퇴직

입력 2025-05-02 02:19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현대면세점 제공

실적 부진에 빠진 면세점업계 주요 4개사가 모두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황 회복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 규모까지 줄이는 등 버텨내기 위한 몸부림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비공개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자는 만 40세 이상이거나 근속 5년 이상이다. 즉시 퇴직하면 연봉의 1.5배를 바로 지급하고, 18개월 휴직 후 퇴직 시 해당 기간 매달 기본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라면세점까지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면세점 ‘빅4’ 모두 인력 축소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롯데·신세계 면세점은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이달 초엔 현대면세점이 희망퇴직 신청을 시작했다.


면세점 4사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며 시장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엔데믹 이후에도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4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776억원을 넘어섰다. 롯데면세점의 적자 폭이 가장 컸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3조2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올랐지만, 영업손실은 1432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각각 697억원, 359억원,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대부분 매출이 늘었으나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면세점들은 부실 점포를 정리해 몸집을 줄이는 추세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35%를 차지하는 타워동을 없앴고, 오프라인 쇼룸 나우인명동 영업을 종료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해외 점포는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점의 면적을 축소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동대문점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면세점업계는 고환율·고물가·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을 받지도 내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나 다이궁은 면세점의 주 수익원이지만, 리베이트 지급액을 고려하면 이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출은 느는데 영업손실이 커지는, 수익성 악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롯데면세점은 다이궁과의 거래를 줄여나가고 있다. 구매량이 많은 대형 다이궁과의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거래를 완전히 단절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면세점 임대료도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 전체 면세점 임대료는 500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은 전체 출국 여행객 수에 객당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다. 여행객이 늘어나면 임대료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시장 규모는 해를 거듭하며 줄어드는데, 제반 비용은 날로 증가해 면세점업을 옥죄고 있다.

주요 면세점들은 팝업스토어 등을 열면서 모객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이 변화하면서 산업 자체가 어려운 시기”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들을 끌어들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다른 채널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