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 李 후보 유죄 취지 파기 환송… 불확실성 더 커진 대선

입력 2025-05-02 01:20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들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자리해 있다. 이 사건 심리에는 대법관 14명 중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어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은 전원합의체에서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선 후보 등록일(5월10~11일)을 열흘 앞두고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던 이 후보로서는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파기 환송 취지대로 유죄 선고를 내린다면 이 후보의 출마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유죄선고가 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하라면 이 후보의 출마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은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남은 재판 절차와 최종 형량이다. 서울고법이 서둘러 재판부를 배당하고 기일을 지정하더라도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선고를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기술적으로는 법원이 오늘이라도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 서류가 피고인에게 송달되는데 걸리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종 확정판결 선고가 후보 등록일을 넘길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이 후보가 파기 환송심 선고에 불복하고 재상고할 수도 있다. 만일 서울고법이 후보등록일을 넘기면서 이 후보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한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민주당의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선고를 내렸지만 확정 판결을 하급심으로 미루면서 재판 절차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정치권의 반발과 공방만 더 키웠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자진사퇴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대법원의 쿠데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휴일을 제외하면 후보등록일까지 나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 사건의 재판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6·3 조기 대선은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 지도자를 뽑는 중대한 절차다. 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뒤 파면되면서 치러지는 선거다. 국정은 마비됐고, 미국의 관세압박 등으로 경제는 역성장에 빠졌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안보 불안도 심화되는데 대내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작동을 멈췄다.

법원은 이상하리만치 이 후보 사건에서 일관성을 잃었다. 1심은 무려 2년2개월을 끌었고, 대법원은 한달여만에 재판을 끝냈다. 한달여 만에 끝날 수 있는 재판이 2년이 넘게 걸린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대법원의 신속하지만 애매한 판결로 국민들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법원은 이 혼란을 속히 종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