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광물협정’ 서명… ‘러 전면 침공’도 명시

입력 2025-05-01 18:54
스콧 베선트(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장관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모처에서 ‘재건투자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미 재무부 엑스 캡처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재건투자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전격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등 광물 개발에 미국의 지분을 인정하는 이른바 ‘광물협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개 충돌하는 등 수개월간의 진통 끝에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특히 미국은 협정 타결 사실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라는 사실을 명시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재건투자기금 서명 사실을 밝히며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제공해온 막대한 재정적·물질적 지원을 인정하고, 양국이 경제적으로 협력하며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광물 개발 수익에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역사적인 경제 파트너십 협정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말했듯 미국은 이 잔혹하고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도울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으로 자유롭고 주권을 가진 번영하는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리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장관도 이번 협정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복구, 재건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반영한다”며 “우리가 가진 문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두 나라 모두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협정을 발표하며 러시아의 전쟁 책임을 강조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민 간의 이 파트너십을 구상함으로써 양국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향한 공동의 의지를 나타내고자 했다”며 “러시아 전쟁 기계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지원한 어떤 국가나 개인도 우크라이나 재건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전쟁 기계’라는 표현을 쓴 점은 트럼프 행정부로선 진일보한 인식으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가) 백악관의 핵심 요청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원한 미국의 지원을 일정 부분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국의 광물협정은 지난 2월 타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 서명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J D 밴스 부통령과 공개 언쟁을 벌였고 트럼프는 서명을 거부하고 행사도 취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면서 젤렌스키에 대해선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직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15분간 독대한 것이 이런 변화의 기점으로 지목된다. 악시오스는 이 독대를 젤렌스키가 트럼프를 설득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