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글~ 아기독수리

입력 2025-05-02 01:08
한화 이글스 김서현이 지난달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 9회초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김서현(21)이 독수리 군단 비상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데뷔 3년 차를 맞은 2004년생 우완 투수는 갑작스러운 보직 전환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뒷문을 지켜내며 ‘마무리 샛별’로 떠올랐다.

1일 경기 전까지 김서현은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해 15⅔이닝을 소화하며 9세이브(1패), 평균자책점 0.57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도 없었고, 17경기 중 16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KBO리그 최고 수준의 위력적인 피칭에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난 시즌까지의 모습과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김서현은 2023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았으나 데뷔 첫해 평균자책점 7.25로 고전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중간계투로 10홀드를 올리며 필승조 일원으로 성장했지만, 제구력 난조에 따른 잦은 볼넷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3년 차를 맞은 올해 김서현은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시즌 초반엔 불펜 요원으로 출발했으나 기존 마무리 주현상이 부진하자 한화 벤치는 과감한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적응기조차 필요 없었다. 최고 시속 158㎞에 이르는 강속구에 슬라이더, 커브를 섞은 투구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기록한 9세이브 중 5개가 1점 차 승부였다. 나머지 4개 역시 모두 접전 상황에서 따낸 것이다. 경기 후반 팽팽한 흐름을 바꿔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수라는 평가다.

김서현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지표는 볼넷이다. 2023년 23개, 2024년 32개였던 볼넷 수는 올 시즌 들어 단 7개에 불과하다. 강속구에 안정된 제구까지 더해지면서 경기 운영 능력도 한층 성숙해졌다. 김서현이 등판하는 순간 한화가 이긴다는 ‘승리 공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올 시즌 리그에는 젊은 마무리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서현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만 21세를 맞은 그는 더는 유망주가 아닌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김서현의 성장에 힘입어 한화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초반 불안했던 팀은 김서현이 마무리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켜주면서 전반적인 투수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염원하는 한화에 김서현이 핵심 전력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