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합의로 추경안 통과됐지만 정국 불안에 효과 불투명

입력 2025-05-02 01:10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안 대비 1조6000억원 증액한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1일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전격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한국은행이 제안한 20조원 규모에는 못 미치고 시기도 늦었지만, 관세전쟁과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번 추경은 정부안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농민·소상공인 재기를 위한 지원책이 대폭 확대됐다. 시급한 현안에 우선순위를 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지역사랑상품권에는 4000억원이 배정됐고,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됐던 법무부 소관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감사원 특수활동비도 복원됐다. 여야가 각자 한 발짝 물러나 절충점을 찾을 때 실리도 챙길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혈세로 마련되는 추경이니만큼 경제 회복 마중물이 되도록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 이번 추경이 6·3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가 원활히 경제·민생정책을 펼 수 있는 디딤돌이 되도록 정책 당국자들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날 함께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는 아쉬움을 남겼다. 여수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빈집 소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한 조치 등은 지난해부터 제기된 과제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중소기업 범위 확대, 공사비 안정화, 정책금융 지원 등도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관세전쟁 충격이 현실화하고, 내수는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 대응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정치적 불안정성이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전격 사퇴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재현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반발하며 본회의에서 최 부총리 탄핵안을 상정했다. 이에 최 부총리가 사퇴했다. 탄핵 정국을 어렵게 수습한 행정 리더십이 또다시 흔들릴 경우 관세전쟁 대응과 외교·통상 현안에서도 심각한 혼선이 불가피하다. 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비상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관계 부처 간 협업 체계를 신속히 정비해 추경 집행과 통상 업무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