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대로’ ‘말씀대로’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확신에 찬 어조로 신앙적인 대화를 이끄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금 아쉬운 건 해석과 사유라는 인지적 절차를 경시하고 성경에 담긴 문자 그대로 신앙하기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문자주의적 해석에 기반을 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지요.
성경의 기록 그대로를 믿고 실천하는 걸 ‘단순하고 명확한 신앙’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현실의 고민과 질문을 외면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려는, 조금은 편하고 손쉬운 신앙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교리와 신앙생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합니다. 보수적인 토양에서 신앙을 키워온 이들에겐 조금은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마음 깊이 숨겨뒀던 의문을 꺼내 더욱 깊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원죄와 하나님의 뜻, 구원과 회개, 믿음과 부활 등의 주제에 있어 전통적 해석이 가진 약점과 오류를 살핍니다. 동시에 지금 우리 삶의 맥락에서 이들 주제를 해석해 볼 것을 권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성경 읽기 방법 중 하나인 ‘포로기적 관점의 성경 해석’은 그리스도교의 배타성 문제와 부활 신앙의 형성, 복음서 저술 당시의 세계관 등에 대해 더욱 새롭고 폭넓은 이해를 선사합니다.
문자주의적 해석은 시대의 맥락을 살피거나 이웃사랑의 경계를 확장해가는 데 있어 부족한 점이 적잖습니다. 경직된 해석으로 타인에게 의도치 않은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엔 율법주의적 신앙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이 책이 제시하는 ‘질문을 끌어안는 신앙’으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무엇을 먹고 입을지에 대한 고민보다도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했습니다.(마 6:31, 33)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질서와 가치를 계속 고민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사랑’이라고 밝힙니다. 새로운 신앙과 진리를 적극적으로 모색해가는 이들은 물론, 더 넓은 품으로 시대의 고민과 질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자 하는 한국교회 성도 모두에게 이 책이 읽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