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개편… ‘시간의 변화까지 보여줍니다’

입력 2025-05-03 00:00

투명한 유리판에 ‘찍개’ ‘긁개’ 등 쓰임새가 다른 석기가 곶감이 매달린 것처럼 고정돼 있다(사진). 이전에는 진열장에 눕혀져 전시되던 석기를 이렇게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얻는 전시 효과는 크다. 유물을 더 많이 보여주는 동시에 지층의 층위까지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로 갈수록 ‘최신 유물’이라는 의미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실 ‘선사고대관’을 지난 2월 개편한 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석기실∼고구려실까지 이어지는 선사고대관 개편의 핵심 중 하나는 수평에서 수직으로 디스플레이를 바꿔 시간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별 출토 토기도 ‘최신’을 선반의 맨 위에 올려놓는 식이다.

신석기 시대 대표 유적인 부산 동삼동 패총 유적에서 떠온 패총에 박힌 토기 역시 지층별로 시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를 스크린 삼아 당시 고래 사냥 이미지를 투사해 생활상까지 보여준다. 그래픽과 영상 등 이미지의 결합은 전시실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기역자’(ㄱ) 형태 돌자귀는 유물만 보여줄 경우 쓰임새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시장에는 실제 사용하는 모형을 유물 옆에 두고 벽면에는 나무 이미지까지 그려 넣었다. 그래서 선사시대로 돌아간 기분까지 선사한다. 연출 기법만 세련됐을 뿐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전시장 전체에 친절함이 흐른다.

관람객들의 관심이 많았던 고구려실은 기존 면적보다 1.7배 확대했다. 고구려 고분 벽화 모사본, 광개토왕비 탁본이 주는 스케일도 좋지만 중국 지안 국내성 시절과 한반도 평양성 시절의 고구려 기와의 변화, 귀족의 부뚜막 등 새로운 발굴 자료를 보강함으로써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