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배우에게 배움의 장입니다. 그리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기쁨을 다시 느끼고 싶었어요.”
지난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출연했던 배우 손호준과 유승호가 올해 또 연극에 동반 출연한다. 오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 올라가는 ‘킬링 시저’. 지난달 30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두 배우는 1년도 안 돼 연극 재도전에 나선 것에 대해 “무대에 대한 공포를 누른 그리움”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 미국 사회의 혼돈을 방대한 서사로 빚어낸 대작이다. 지난해 8~9월 LG아트센터 공연에서 손호준과 류승호는 에이즈로 죽어가며 환상을 보는 프라이어 역으로 더블캐스팅 됐었다. 손호준은 2014년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의 무대 출연이었고, 유승호는 첫 무대 도전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비평과 흥행 모두 참패했다.
유승호는 “연기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걸 안다.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당시 무대 공포증이 심했다. 관객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어려운 것투성이였다”면서 “동료 배우들이 공연 종료 후 내게 ‘언젠가 다시 연극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얼마 안 돼 연극 연습하던 순간이 그리워졌다”고 밝혔다.
‘킬링 시저’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극작가 오세혁이 재창작하고 김정이 연출한다. 원작은 브루투스 등 공화파의 시저 암살 전까지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하지만, ‘킬링 시저’는 암살 장면을 초반부에 배치한 뒤 후반부에 시저 암살자들의 이전투구를 추가했다. 특히 브루투스의 이상주의적 면모를 부각해 권력과 신념, 이상과 배신 사이의 씁쓸한 간극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 손호준은 시저, 유승호는 브루투스를 각각 연기한다. 손호준은 “지난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청심환을 먹을 만큼 압박감이 컸다. 하지만 연극의 매력을 실감하기도 했다. 특히 연습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면서 “‘킬링 시저’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출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손호준과 유승호에게 씁쓸한 기억만이 아니라 따뜻한 동료애와 우정을 발견한 기회이기도 했다. 유승호가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지난 3월 손호준이 설립한 매니지먼트사 333에 합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배우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연극배우 양지원과 자주 만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양지원은 ‘킬링 시저’에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의 1인 2역으로 출연한다.
오세혁은 “여러 차례 작업했던 양지원 배우가 지난해 겨울 ‘뜨거운 배우 3명이 모였다. 3명 모두 뜨거운 연극을 하고 싶어 한다’고 연락한 것이 계기가 되어 ‘킬링 시저’가 성사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승호는 “솔직히 연극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겁났다. 하지만 마음이 잘 맞는 두 형이랑 함께하기 때문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 흥미로운 것은 캐스팅이다.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손호준과 유승호가 아버지와 아들뻘인 시저와 브루투스를 연기한다. 연출가 김정은 “시저나 브루투스에 대해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엔 그것을 깨보고 싶다. 두 배우의 이미지가 이번에 어떻게 깨질지 보는 게 관극의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호준도 “‘킬링 시저’는 주제도 그렇고 작품 자체가 쉽지는 않다.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가는 척도가 될 것 같다. 이번엔 관객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할 테니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