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K패션 붐이 일고 있다. 고가 아니면 가성비로 패션 양극화가 수년간 이어졌던 일본 패션 시장의 틈새를 K패션이 파고들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이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일본 의류 브랜드도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 패션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2019년 일본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가 직격탄을 맞은 이후 새롭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국 패션브랜드들의 일본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주목받고 있는 한국 브랜드는 마뗑킴(Martin Kim)과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다. 가성비와 하이엔드로 양극화돼 있는 일본 패션업계에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 디자인을 갖춘 한국 브랜드가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 1월 오사카 한큐 우메다백화점에서 열린 마뗑킴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1300명 이상이 매장을 찾았다.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중 1만명 가까운 이들이 방문했다. 행사 기간 매출액은 약 6억원에 달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해 6월 도쿄 다이칸야마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열흘 만에 5억원 매출을 올렸다.
패션 플랫폼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21년 일본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무신사의 일본 내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1~3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지난 3월 기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82% 성장했다.
K패션이 일본에서 지형을 넓혀가는 가운데 J패션도 한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일본에서 ‘패션 성지’로 불리는 대표 편집숍 ‘빔스’가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화제가 됐다. 오픈 첫날인 지난달 4일에는 오픈런 현상을 빚었다. 빔스는 1976년 도쿄 하라주쿠에서 시작한 일본 대표 편집숍이자 브랜드다.
일본 패션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일본 의류 수입액은 1억1433만달러(약 1650억원)로 2020년(6769만달러)에 비해 68.9% 급증했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골드윈(Goldwin)도 올해 국내에 직 진출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접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앤드원더(AND WANDER), 시계 브랜드 쿠오교토(KOUE KYOTO)도 최근 한국에 들어온 일본 브랜드들이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일본 편집숍도 등장하고 있다. 스튜디오스(Studious)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5월엔 비숍(Bshop)이 서울에 직영매장을 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일본 패션업계에 정체기가 있었는데 감각적 디자인과 가격 접근성이 좋은 한국 브랜드들이 양극화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며 “인스타 등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에 한류 자체의 영향이 커지면서 K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