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주류가 되면서 육식이 부끄러운 세상이 된 가까운 미래의 독일. 몇 안 남은 정육점은 유해시설로 분류돼 미성년자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끼니마다 고기를 즐기고 채식에 거부감이 있던 ‘나’는 회사 동료들의 강압에 못 이겨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채식주의자 블로거 ‘톰 두부’의 조언을 받으며 억지로 채식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육식의 부활을 꿈꾸는 육식지하조직의 수장 ‘육수맛내기69’가 주인공에게 접근한다. 그는 “채식주의자들의 거대한 카르텔을 와해하고 사람들을 다시 육식의 길로 이끌자”고 제안한다. 주인공은 육식 세상으로 되돌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조직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던 와중에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독일의 소아정신과 의사인 작가가 쓴 소설은 살인 사건에 연루된 주인공이 경찰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진술하는 조서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순간 이데올로기가 돼버린 채식주의를 넘어,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아무리 옳은 신념이나 가치도 사회적으로 강요될 때 그것은 폭력과 억압, 광기로 변질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