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에게 예수를 전한 ‘이방인의 사도’ 바울은 선교사인 동시에 전도자이자 교회 개척자이고, 목회자이자 신학자다. 신약성경의 절반가량인 바울 서신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다신교 풍토에서 불온사상으로 여겨지던 복음을 목숨 걸고 전해 제국을 뒤바꾼 바울. 그가 현대인에게 편지를 쓴다면 무슨 말을 전할까.
영국 런던신학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 신학자 마르틴 헹엘과 영국 신학자 제임스 던에게 사사한 ‘바울 전문가’ 최종상(72) 선교사가 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바울의 1인칭 시점으로 목회자에게 편지를 쓴 책 ‘목회자 바울이 목회자에게’(두란노)가 그 결과물이다.
책은 ‘바울로부터 온 편지’ 시리즈 첫 권으로 성도와 선교사, 신학도를 대상으로 한 후속작도 오는 5월부터 출간된다.
OM국제선교회 선교선 둘로스호 단장으로 87개국 156개 도시를 순회하고, 암노스유럽선교회를 설립해 지금껏 전도에 힘쓰는 그를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에선 13년 전 이 시리즈를 착안했다고 밝혔는데, 최근 책이 나왔다.
“당시는 영국서 암노스유럽선교회를 새로 세웠을 때라 매우 바빴다. 제목까지 정했지만 자료만 모아두곤 훗날을 기약했다. 그러다 CGN과 함께 작업한 스토리 다큐 ‘바울로부터’와 이를 위해 내가 쓴 스크립트를 모은 동명의 책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젠 이 시리즈를 마무리할 때’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관련 인터뷰 때마다 ‘바울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메시지를 전한다면 무슨 말을 할 것 같은가’란 질문을 자주 접한 것도 계기가 됐다.”
-‘바울의 대언자’로 편지를 썼다. 부담은 없었나.
“당연히 부담됐다. 바울의 정신과 신학을 더 철저히 검토해 반영해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 들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을 고수한 건 1인칭 시점으로 전하는 바울의 가르침이 독자에게 훨씬 더 무게감 있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다만 제가 어느 나라 목회자나 성도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쓴 건 아니다. 제 뿌리는 한국교회지만 46년간 전 세계 여러 기독교 지도자와 두루 교제했다. 세계 교회를 나름 체험한 셈이다. 이들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시리즈에선 나라와 직분을 떠나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든 따라야 하는 기본 원리를 전하고자 했다.”
-책에서 바울의 목회 지침 8가지를 소개했다. 가장 마음에 와닿은 주제가 있다면.
“다 중요하지만 오늘날 세계 교회에 가장 필요한 지침을 꼽자면 ‘전도하고 개척하는 목회자가 되십시오’가 아닐까. 바울은 전도자로 시작해 선교사와 교회 개척자, 신학자와 저술가, 목회자가 된 경우다. 예수 역시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기 위해 왔다’(눅 19:10)고 분명히 말씀한다. 그런데 요즘 목회자 가운데는 설교와 교회 내 양무리를 돌보는 것만 내 일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잖아 보인다.
예수는 ‘우리 안에 들지 않는 다른 양도 인도하겠다’(요 10:16)고 말한다. 바울 역시 고린도에서 전도하다 핍박을 받았음에도 기도 중 ‘두려워 말라… 이 성 중에 내 백성이 많다’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행 18:9~10) 좋은 예배와 설교를 준비했으니 불신자가 제 발로 찾아오겠거니 기대하는 건 착각이다. 예수도, 바울도 직접 이들을 찾아다니며 전도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8가지 목회 지침으로 자신의 사역을 돌아본다면.
“어떤 목회자가 바울처럼 사역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적어도 전도와 개척에 힘썼다고 자부한다. 다음 달 영국으로 돌아가서 영국 목회자에게 전도와 개척 원리를 전하는 ‘암노스 교회 개척 학교’를 진행한다. 올해로 10년째다. 이 훈련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2년에도 현지인 교회가 개척됐다. 작년 6월엔 개척된 교회가 지교회도 세웠더라. 전도의 힘이다.”
-시리즈 출간으로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이번 시리즈가 자료로만 남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책을 읽은 이들에게 ‘바울 정신’이 박혀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 가운데 이뤄지길 바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