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韓 대선 전 타결”… 최상목 “美 국내용 발언” 반박

입력 2025-04-30 18:49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 일 국회에 출석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선거 전 통상 협상을 마무리하길 원한다’는 취지의 지난 29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발언에 대해 “대선 전에 결론을 낼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미 간에 ‘줄라이(7월) 패키지’를 마련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정부 설명이 사실과 다른 것이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최 부총리는 “미 재무부에 발언의 배경(설명)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발언을 보고 당황해서 원문을 찾아보니 한국만 그런 게 아니고 캐나다, 일본 등을 뭉뚱그려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내용으로 얘기한 거구나’라고 이해했다”며 “협상을 서두른 게 없다”고 했다.

최 부총리와 함께 ‘한·미 2+2 통상 협의’에 참여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월 3일(대선일)까지 결론을 낼 수 있는 절차적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온라인에 공개한 기자회견 영상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발표 시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들은 협상에서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답변했다. 한국에 대해선 “통상 합의 윤곽(contours of a deal)이 점점 보이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이 “한국은 선거 때문에 7월 초까지 합의를 못 할 수 있다고 하고, 일본도 선거가 있다. 캐나다도 방금 선거를 치렀다. 이런 정치 요인이 얼마냐 협의를 어렵게 하느냐”고 묻자, 베선트 장관은 “오히려 반대로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들 정부는 오히려 무역 협정의 틀을 선거 전에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 더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자국으로 돌아가 선거 유세에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기재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한·미 통상 협의 시 대선 전 협상을 마무리 짓고 선거운동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베선트 장관 발언은 자신들의 무역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미국과의 ‘진실 공방’이 연출되는 모습은 향후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바람직한 구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외교적으로 정제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이 이날부터 이틀간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무역대표부(USTR)와 관세조치 관련 기술협의(technical discussions)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실무 협의를 통해 약 6개 분야 작업반을 마련하고 구체적 협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세종=양민철 이의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