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탄소 감축 유인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중 확대 움직임에 포스코를 중심으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경매로 사들여야 하는 배출권이 늘면 실적에 부담이 가는 탓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15년 도입됐다. 정부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한다. 기업은 할당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여유분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 주제로 열린 제4차 기후전략간담회에서 포스코 측은 정부의 유상할당 비중 대폭 확대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계 대표 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준 포스코홀딩스 탄소중립전략실장은 “포스코 연간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인데 현재 탄소 저감 활동에 드는 비용이 4000억원”이라며 “유상할당 비중이 늘면 비용은 배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상할당 확대는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건설 등 연관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동반 약화시킬 수 있다”며 “철강업종의 무상할당 유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 장관은 “구체적인 분석 보고서를 주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할 때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인 1·2차 기본계획 기간에는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유상할당 비율을 3%로 제한했다. 3차 기본계획 기간(2021~2025년)부터는 평균 10%로 확대했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내용의 4차 기본계획(2026~2030년)을 확정했다.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구체적인 할당 비율 등을 담은 할당계획은 6월 대선 뒤인 하반기 초 수립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는 탄소 다배출 기업이라는 점에서 배출권 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2023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5%, 제조업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정부가 연기금, 자산운용사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등 수요자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추가적인 부담이다.
환경부와 기재부는 산업계가 예상하는 20%가량의 유상할당 비중보다 높은 수준의 비율 설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탄소 감축 유인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8월 배출권 평균 거래 가격은 t당 9167원으로 지난해 3분기 유럽연합(EU) 배출권 평균 거래 가격의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 1만7276원인 중국 배출권보다도 싸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보다 배출권 가격이 저렴하면 자체적인 탄소 감축 유인이 떨어진다.
산업계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전쟁 여파로 제조업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원가 절감에 온 힘을 다하는 시기에 기업들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