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일자리가 넘쳐나는데도 구직 활동을 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를 수치화한 ‘미스매치 지수’는 지난 15년 사이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을 원하는 구직자 수요와 대기업 수준의 임금·복지 제공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 현실이 상충한 탓이다.
산업연구원이 30일 발표한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황과 정책적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4.7%였던 국내 미스매치 지수는 지난해 상반기 8~9%로 급등했다. 미스매치 지수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는 있는데 사람이 없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수치가 클수록 미스매치가 심화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자리 매칭이 최적화됐을 때보다 8~9%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비율을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7만2000개 일자리 규모의 고용 손실이 발생했다. 2010년 상반기(1만2000개)보다 6배나 더 커진 규모다. 민 부연구위원은 “15년 사이 모수인 일자리 수가 늘어나면서 미스매치 지수 증가 폭보다 고용 손실 규모 증가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구직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10년(2010~2020년) 평균 대비 35% 감소했다. 이 경우 빈 일자리가 채워졌어야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2010~2020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빈 일자리 수는 10% 늘었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응답자가 늘면서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빈 일자리도 늘어난 것이다. 민 부연구위원은 “산업 간 임금·일자리 안정성 차이가 벌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 부연구위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 간 임금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보조금 규모 산정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원 규모, 대상, 시행 기간 등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반도체학과’ 등 맞춤형 인재 육성에 ‘올인’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업종 간 이동이 불가능한 인재 육성은 산업 흥망성쇠에 따라 향후 또 다른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 부연구위원은 “대졸 인력은 업종 간 호환 가능한 역량을 높이고, 산업 전문 인력은 석사급 이상에서 육성하도록 인력 정책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