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올린 단어는 ‘국민’이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빚어진 극심한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를 포용하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보이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최근 행보에 맞게 ‘성장’과 ‘경제’ 발언 빈도도 높았다.
30일 국민일보가 이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있던 지난 10일부터 29일까지의 공개 발언과 페이스북 게시글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국민’은 총 271회나 언급돼 최다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진짜 대한민국’ 68회 포함)이 252회로 뒤를 이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통합이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 이 후보도 이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중도층을 겨냥한 안정적인 리더십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자꾸 말이 바뀐다’는 비판도 받지만 진영 내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자신감이 전략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경제와 성장을 키워드로 한 미래지향적 메시지도 집중적으로 냈다. 경제는 모두 138회로 네 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성장(90회), 위기(78회) 등의 단어도 빈번히 등장했다. 특히 위기는 기회(55회)와 함께 언급되는 경향을 보였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능동적 리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 후보는 문화(73회)와 인공지능(AI·54회) 분야를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한국형 성공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대선 출마 선언 때 브랜드화한 ‘K이니셔티브’(15회) 등 K 접두어를 활용한 표현이 다수 등장했다. 조 교수는 “K 단어는 익숙한 수사지만 국민들에게 긍정적이고 쉬운 이미지로 전달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잘사니즘(14회), 먹사니즘(12회) 등 신조어를 활용하며 직관적인 정책 메시지 전달을 시도했다.
복지나 분배 등 진보 성향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민주주의는 13번째인 47회 언급됐고, 복지(7회), 분배(5회) 등은 20위권 밖이었다. 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중점적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 시리즈 역시 모두 20회 언급에 그쳤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진보적 가치가 유권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