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선수가 남자 축구선수보다 전방십자인대를 다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원인 규명에 나섰다.
영국 BBC는 30일(한국시간) FIFA가 여자 축구선수들의 생리 기간 중 호르몬 변동과 전방십자인대 부상 증가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에 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런던 킹스턴대학교 주도로 이달부터 1년에 걸쳐 진행된다.
전방십자인대 부상은 축구계의 대표적인 ‘직업병’ 중 하나다. 전방십자인대는 허벅지와 종아리뼈를 이어주는 조직으로 인대의 굵기가 가늘어 비틀림에 취약하다. 여러 종목 중에서도 빠른 방향 전환이 수시로 이뤄지는 축구에서 유독 이 부위를 다치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다.
그중에서도 여성 축구선수들의 전방십자인대 부상은 축구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미 10여 년 전에도 여러 의학회를 통해 여성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입을 확률이 남성보다 4~8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실제로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도 비비안 미에데마(네덜란드), 베스 미드, 레아 윌리엄슨(이상 잉글랜드)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그간 골반 넓이와 대퇴근육 발달 정도 등 남성과 다른 여성의 신체 구조를 비롯해, 여성의 신체에 맞지 않는 축구화와 각종 장비, 열악한 경기장 등 여러 원인이 지목돼왔다.
이번 연구는 여성의 호르몬과 부상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지난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바스대학, 세인트 메리 대학이 선수 26명을 추적해 실시한 선행 연구가 생리 직전의 근력 약화와 반응 속도 감소가 부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여성 선수들은 생리 직전 근육 부상 위험이 평소보다 6배 높아졌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