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직원 섬기며 받은 은혜 지역사회에 흘려보낼 것”

입력 2025-05-03 03:05
최근 충북 충주에 있는 서울더블유치과병원에서 만난 김형석 이사장과 손효정 병원장 부부가 병원에 전시된 기념사진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충북 충주 중심가에 있는 서울더블유치과병원은 지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병원이다. 그런데 이곳 병원장 부부는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직원 예배와 큐티(QT), 지역 이주민 사역 등 마치 선교사 같은 활동에 공을 들인다. 김형석(48) 이사장과 손효정(42) 병원장이 그들이다. 최근 병원에서 만난 이들은 “(병원이)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하나님 사랑을 전하는 복음의 통로가 되길 원한다”며 “환자와 직원을 가족처럼 섬기며 우리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일터와 지역사회에 흘려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상 방식으론 안 됐습니다”

김 이사장은 한때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에서 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던 경영 전문가였다. 그가 병원일을 시작한 건 전문인 선교 부르심을 받으면서다. 2012년 구강외과 전문의인 아내와 함께 수원에서 첫 병원을 개원했다가 2015년 충주로 내려와 현재 병원을 다시 시작했다.

초기에는 원장 1명, 직원 3명의 소규모 병원이었지만 지금은 원장 9명, 직원 60여 명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구강외과 전문의인 손효정 병원장이 진료를 맡으며 병원을 함께 이끌고 있다.

병원 이름의 ‘더블유(W)’는 ‘가장 귀한 존재’(VVIP)를 뜻한다.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그들에게 단순한 치료를 넘어 하나님의 치유를 전하는 병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담았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병원을 만든다’는 병원 표어는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모두를 향한 경영철학이다. 김 이사장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먼저 다가가는 문화가 병원 전반에 흐르길 바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철학을 실천하는 건 작은 것부터 출발한다. 직원에게 눈 맞추며 인사하기를 교육하고, 매주 직원 예배와 큐티 모임을 통해 말씀을 병원 일상에 스며들게 했다. 병원 곳곳에는 악기와 큐티 책이 놓여 있다.

이런 꿈과 철학은 결실을 맺고 있다. 김 이사장은 “병원의 성장 과정 자체가 은혜”라며 “일반적으로 개원 치과의 안정화 기간은 3년 남짓으로, 그 이상 꾸준히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병원이 곧 사역지입니다”

병원 설립 초기 조직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어려움을 놓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방식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이사장 부부는 특히 평균연령 20대 초중반의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삶의 비전을 잃은 직원들에게 꾸준히 말씀과 사랑으로 다가가고 직장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의도 병행했다.

손 병원장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을 세우는 문화’로 체질을 개선하려 노력했더니 고연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저연차 직원들에게 배운 기술을 전수하더라”고 귀띔했다.

병원에서 복음을 듣고 변화된 직원들도 생겨났다. “학창시절 외국에서 혼자 지내며 마음을 닫고 살았지만 이곳에 와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한 직원의 고백, 불교 가정 출신의 실장은 9년 넘게 전도를 거절하다가 최근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병원을 통해 믿음을 틔운 직원은 70명에 이른다.

부부는 2023년부터 공식적으로 기독교 병원임을 선언했다. 병원 안에서 수요예배, 큐티 모임, 제자훈련 등을 하고 매일 오후 10시30분 SNS 단체방에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한다. 일터와 신앙이 분리되지 않는 점 때문에 퇴사한 직원도 있다. 신앙이 없었던 직원도 상당수다. 그러나 지금은 직원의 절반이 자발적으로 예배에 참여한다. 손 병원장은 “입사 전에 신앙 경험이 있던 직원은 20%도 되지 않는다”며 “주기도문조차 몰랐던 직원들이 이제는 말씀을 통해 꿈을 꾸고 병원의 주축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신앙의 동역자”

부부는 병원 경영자이자 신앙의 동역자로서 가정과 일터, 사역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김 이사장이 직원 예배에서 강의와 말씀을 전하면, 손 병원장은 키보드 반주로 예배를 인도한다.

이주민 선교도 두 사람이 관심을 두는 영역이다. 김 이사장은 “이주민 10만여명이 충북에 살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 높은 의료비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병원은 ‘치유-교제-전도’의 3단계로 이주민 사역을 운영하고 있다. 진료하며 신뢰를 쌓고 지역 교회와 연결해 양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병원에 네팔 출신 통역사, 베트남 국적의 간호조무사, 러시아 유학파 의료진을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부 직원은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손 병원장은 “진료는 시작일 뿐”이라며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환자들이 예수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예배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부터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일반신학 석사(MTS) 과정에 진학했다. ‘일과신앙연구선교회’라는 전도와 양육 기관도 설립했다.

부부는 사업을 꿈꾸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작게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릴 준비가 돼 있다면 반드시 기회를 주십니다. 영성은 기본이고 지성과 인성까지 겸비해야 합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겸손하게 준비하세요. 하나님은 반드시 사용하십니다.”

충주=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