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우리나라에 첫 선교사가 내한한 이후 복음은 이 땅에서 큰 나무로 자랐다. 이후 복음은 선교사들을 통해 세계로 퍼져가며 새로운 열매를 맺고 있다. 1913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중국 산둥성에 첫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우리나라 선교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최근 발표한 ‘2024 한국선교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만1621명의 선교사가 세계 각지에서 사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근처 카테리니 마을에는 ‘집시 선교사’로 알려진 김수길·조숙희 선교사 부부가 있다. 서울에서 무려 8400㎞ 넘게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30년 가까이 집시들과 사는 부부는 쓰레기 매립지 위 마을에 ‘카테리니 로마교회’를 세웠다. 인도에서 유럽으로 1000년 전 이주한 로마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집시들은 소매치기나 사기를 치면서 살아 악명이 높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로 서원한 부부는 어느새 주민들이 “칼리메라(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이 됐다.
집시들은 그리스어 대신 자신들의 말을 쓴다. 김 선교사가 그리스어로 설교하면 이들 말로 통역을 해야 메시지가 닿을 수 있다. 교회에서 통역하는 에반겔리 칼리오라스씨는 선교사 부부의 가장 큰 열매 중 하나라고 한다. 23세에 예수를 영접한 뒤 도둑질을 멈추고 변화된 삶을 사는 그는 조만간 아테네신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교사의 헌신을 통해 또다시 복음이 파종되는 셈이다.
필리핀 타를라크는 루손섬 중북부에 있는 농촌이다. 이곳에 이철용·양미강 선교사 부부가 세운 ‘타를라크 캠프(CAMP·Center for Asian Mission for the Poor)’가 있다. 필리핀 빈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마닐라 마가티에 처음 문을 연 CAMP는 불라칸과 다바오 등에 연이어 세워졌다. 타를라크에는 2017년 문을 열었는데 줄곧 등대와도 같은 사역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등대의 빛을 따라 배가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처럼 이곳을 찾아 자립을 위한 자신감을 얻는다. 추수한 벼를 싣고 오면 도정을 할 수 있고 늘 깨끗한 마실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CAMP다. 식품 가공이나 건축 자재를 만드는 공장도 있어 주민들에게는 기댈 언덕과도 같다. CAMP가 없는 마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시골 마을에서 필리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부부는 필리핀을 깨우는 불씨와도 같은 사역을 하고 있다.
선교 140주년을 맞아 국민일보가 기획한 ‘복음, 땅끝에서 피어나다’는 지난 3월 시작했다. 1부 ‘이 땅에서 자란 복음의 열매’를 통해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남긴 교회, 학교, 병원 등 선교의 여러 흔적을 소개했다. 그리스와 필리핀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사역은 2부 ‘복음 들고 땅끝으로’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앞으로 일본 인도네시아 말라위 브라질 등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사연을 매주 소개할 예정이다. 기획은 3부 ‘이제는 통합이다’로 이어지면서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호주와 캐나다 교회들의 교단 연합 사례 등을 통해 한국교회 화합의 길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기획은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대장정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서울광염교회, 청주상당교회, 가마치통닭, 아시안미션, 칠드런스퓨처 등이 후원했다. 먼 곳에서 지금도 묵묵히 사역하는 수많은 선교사가 전하는 빛과 소금의 여정은 그들만의 외로운 길은 아니다. 교회와 교인의 후원과 기도로 빚어진 공동의 결실과도 같다. 국민일보가 교회·단체와 함께 기획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교는 단지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낮은 곳에 머무는 삶을 의미한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삶으로 품고 어둡고 소외된 곳을 복음으로 비추는 삶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복음으로 피어난 생명의 이야기는 지금도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 기획의 종점에 복음으로 다시 피어나 건강하게 성장하는 한국교회가 있길 소망한다.
장창일 종교부 차장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