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망 사고를 낸 항공사는 운수권(각 지역을 운항할 수 있는 권리) 배분 대상에서 1년간 배제된다. 항공기 충돌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둔덕’은 전국 공항에서 사라지고,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은 부러지기 쉬운 재질의 경량 철골구조로 교체된다. 다만 ‘항공안전청 신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분리·독립’ 방안은 제외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넉 달 만에 나온 대책으로, 지난 2월 출범한 항공안전혁신위원회와 산·학·연 소속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정부가 종합 항공안전대책을 발표한 것은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2016년 저비용항공사(LCC) 안전강화 대책에 이어 세 번째다.
정부는 전국 공항의 둔덕부터 없애기로 했다. 무안 광주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6개 공항은 올해 안으로 둔덕을 제거하고, 로컬라이저도 경량 철골구조로 재설치한다. 또 전국 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을 국제기준에 맞춰 240m 이상 확보한다. 하천·도로가 인접해 안전거리를 늘리기 어려운 울산공항과 포항경주공항은 항공기 이탈방지장치(EMAS)를 대신 도입한다.
조류충돌 예방책도 내놨다. 하반기 중 무안공항에 조류탐지레이더를 시범설치하고, 인천 김포 제주 등 민간공항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설계 절차를 거쳐 오는 2026년 도입을 목표로 한다. 조류 접근을 막는 드론도 오는 6월 중 김해 청주 등 민·군 겸용 공항에 우선 도입한다. 공항별 조류충돌 예방 전담 인력 기준을 최소 2명에서 4명으로 늘린다.
항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 발생 1년 후 국토부 평가를 거쳐 운수권 배분 참여 여부가 결정되는 등 페널티를 적용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오는 9월 ‘운수권 배분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운수권 배분 시 안전성 배점 및 2009년 이후 유지한 항공사의 면허 취득 시 납입 자본금도 상향한다. 그외 ‘항공안전 성과지표’를 신설해 항공사의 안전투자 확대도 유도한다.
다만 항공안전청 신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분리·독립은 대책에서 빠져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내에 항공안전을 전담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독립기구 신설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항공안전혁신위원회 위원장인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일본은 한국보다 항공안전 인력이 10배 많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