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들에겐 돈보다 성장이 중요했다. 신학대학원생들은 사역지 선택 시 담임목사의 인격과 영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 지용근)가 기독교연합신문의 의뢰를 받아 최근 진행한 ‘신대원생 의식과 사역’ 설문을 보면 “어떤 기준으로 사역할 교회를 선택하는가” 질문에 신대원생들은 ‘담임목사의 인격과 영성’(4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목회를 잘 배울 수 있는 교회’는 33.8%, ‘집과 교회의 거리’는 7.3% 순이었다.
‘사례비와 장학금 수준’(5.8%)은 교회 선택 기준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사례비보다 목회자로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회에서 사역하길 원한 셈이다. 이런 결과는 신대원생들의 현재 사례비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나타났다. 파트타임 전도사의 평균 사례비는 월 122만원으로 파악됐는데, 이들의 희망 사례비에 견줘도 10만원 낮은 액수였다. ‘교회 평판’(1.4%)이나 ‘교회 크기’(0.3%)도 교회 선택의 주요 고려사항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대원생들의 지방 기피 현상은 비교적 뚜렷했다. “향후 부목사로 사역한다면 어느 지역을 희망하는가”란 질문(복수 응답)에 응답자 절반 이상은 수도권(54.3%)과 서울(51.8%)을 선택했다. 영남은 13.6% 충청은 13.1%였고, 호남은 6.9%, 제주는 4.6%, 강원은 3.3%에 그쳤다. 오히려 ‘미주지역’(10.9%)과 ‘미주 이외 해외지역’(6.9%) 선호도는 제주와 강원을 앞섰다.
전문가들은 “역량 개발과 생활 여건을 고려하면 부교역자들의 수도권 선호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장인 강웅산 교수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역 기회와 목회 프로그램이 도시에 집중돼 있고 다음 사역지로의 이동도 용이한 만큼 목회자에게 수도권 교회는 성장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곳”이라며 “배우자의 경제활동이나 자녀교육 문제도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신학생들의 목회 지원 동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민석 백석대 교수는 “탈종교 시대, 교회 신뢰도가 낮은 시대임에도 신대원에 왔다면 세속적인 성공보다 소명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겠냐”며 “돈이나 사역 여건을 중시했다면 목회자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도권 교회 선호에 대해선 “목회는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담임목사에게 도제식으로 배워야 하는데, 양질의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는 교회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교회에서도 부교역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방 교회에 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수도권에 남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