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號)를 진수한 지 사흘 만에 첫 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했다.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군의 핵무장화’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부족한 해군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완성 상태의 기술로 무리한 시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러시아의 기술 지원 정황도 포착돼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30일 “다목적구축함 최현호의 함 무장체계들에 대한 전투 적용성 시험에 들어갔다”며 “구축함의 첫 무기체계 시험이 28일과 29일에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8일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순항미사일과 초음속순항미사일, 반항공(대공)미사일의 시험발사, 127㎜ 함상자동포 시험사격이 진행됐다. 29일에는 함대함전술유도무기와 각종 함상자동기관포, 연막 및 전자장애포 시험사격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함의 무장체계들을 빠른 기간 내에 통합 운영할 수 있게 완성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강력한 공격 능력을 전제로 하는 주동적이며 공세적인 방어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책임적인 선택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현호는 지난 25일 진수된 5000t급 신형 구축함으로 진수 사흘 만에 무기체계 시험이 진행된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우리 군 관계자는 “초기 단계 수준”이라며 “(함정 자체 기술이 아니라) 따로 분리해서 발사시험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플래닛랩스의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최현호가 자체 추진 기능이 없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해군력은 최악 수준”이라며 “진수 후 바로 시험발사는 비상식적인데, 무기체계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이뤄진 부분이 일부 포착된다. 특히 이번에 처음 공개된 초음속운항미사일은 러시아의 함정 발사 극초음속순항미사일 ‘지르콘’과 외형이 유사하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위상배열레이더 탑재 방식, 복합방공무기는 러시아와 유사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력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맺은 조약에 따라 경제 협력 등을 위한 두만강 자동차 다리 건설 착공식을 진행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