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30일 꾸려졌다. ‘자리’를 많이 만든 것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선대위원장 직함을 가진 이가 22명이나 됐다. 강금실, 김경수, 김부겸, 김동명(한국노총 위원장), 박찬대, 윤여준, 정은경(전 질병관리청장) 등 총괄선대위원장 7명, 김민석, 김영춘, 박지원, 우상호, 이석연(전 법제처장), 이인기(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동영, 조정식, 추미애 등 공동선대위원장 15명의 매머드 선대위를 구성했다.
민주당은 이를 ‘통합형 선대위’라 불렀다. 이 후보가 경선 직후 강조한 ‘국민 대통합’을 실천하기 위해 진영과 계파를 떠나 두루 참여케 했다는 것이다.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보수 정당에서 3선을 하고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대구·경북 출신 이인기 전 의원, 이명박 정부에 몸담았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 노무현계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계이면서 경선 경쟁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선대위의 ‘얼굴’로 포진했다.
통합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극한 대결 정치와 그것이 낳은 분열을 극복해야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한 이 후보 선대위는 환영할 만한 구성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보여준다고 해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통합위원회란 정부 기구까지 설치했지만, 두 대통령의 연이은 재임 중에 진영 갈등과 분열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결국 국가적 위기를 불렀다. 통합은 말이나 보여주기가 아닌 구체적 행동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이 후보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을 사람들이 과연 믿어줄 것이냐, 하는 데 있다. 불체포특권 폐지를 비롯해 지난 대선 공약을 스스로 뒤집은 여러 전례가 있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좌우 클릭을 반복하며 ‘주 52시간제’ 등 국정의 주요 사안을 놓고 숱하게 말을 바꾼 이력을 쌓았다. 분배 대신 성장을 외치고,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우며 보수 담론까지 품어 안는 지금의 모습 역시 표를 좇아 무엇이든 말하고 보는 행보가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압도적 선두인 그가 대선 관문에서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아마 스스로 쌓은 불신의 장벽일 것이다. 더욱이 통합이란 어젠다는 선대위 구성 정도로 신뢰를 주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 진정성을 담아 통합의 실천을 담보할 여러 장치를 서둘러 고안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