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교회는 응답하라

입력 2025-05-03 03:06
교회는 세상을 향해 무게감을 갖고 성경의 가르침을 전해야 한다. 사진은 성경책 위에 돌이 얹어진 모습. 픽사베이

“교회는 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거죠?”

아는 교회 동생이 최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대뜸 이렇게 물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두고 교회가, 특히 자신이 섬기는 교회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일갈이었다. 군대를 국회에 진입시켜 장악하려 했던 행위는 분명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임에도 교회가 침묵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식사 내내 대화가 이어지며 때론 그의 입장에 동의하고, 때론 반박도 했지만, 이렇다 할만한 의견의 일치나 해답은 찾지 못한 채 찜찜하게 대화가 끝났다.

그와의 대화를 곱씹었다. 그가 지닌 일부 오해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러 의문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와 같은 질문을 할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교회가 명쾌한 해답을 주고 있는가에서부터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의 역할과 본질은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물론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을 지나오면서 한국교회 곳곳에서는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다양한 메시지가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그 ‘목소리’가 과연 성경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오히려 설교 강단을 침범한 정치 문제가 교회를 분열시켰고, 교인들을 ‘갈라치기’ 했다. 바로 그 지점이 우리의 대화가 명쾌하게 끝맺어지지 못한 이유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혹자는 정교분리를 이야기하고, 혹자는 세속정치에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어느 쪽이 맞느냐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대다수 크리스천이 이번 시국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쳐다봤을 듯하다.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현 시국에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대처하라고 성경은 가르치는지 갈팡질팡하는 제 속의 번민을 풀어줄 해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특히 수많은 청년은 누군가 그 질문의 해답을 내려주길 그 어느 세대보다 기다렸을 법하다.

세상은 저마다 제 생각이 맞는다며 정의를 외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정의인지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런 마음에 주일이면 교회를 찾아 설교 강단을 바라봤을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과연 그중 얼마나 해답을 얻었을까.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기도를 해야 하는지, 성경은 혼란한 사회를 마주한 크리스천이 어떤 자세를 취하길 요구하는지, 또 인본주의적 시각과 성경적 시각을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교회가, 목회자가 가르쳐주길 바랐을 것이다.

교회는 이런 물음에 응답했어야 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정치인을 꾸짖는다는 명목으로 설교 강단에서의 비난을 정당화했다. 호통도 훈계도 모두 사랑 안에서, 포용과 존중 안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그런 성경적 기치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세상과 다르지 않은 정죄만 담겼다.

하지만 청년들이 바라는 건 그런 외침이 아니었다. 사회 문제를 덮어놓고 애써 무시하는 것도, 성경 말씀을 내세워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길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 시대 필요한 교회의 올바른 정치 참여는 어때야 하는지, 또 크리스천이라면 어떤 시각을 지녀야 하며 분별은 어떻게 해야 성경적인지를 가르쳐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저 이 시대를 위해 기도하라는 막연한 권면보다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오로지 성경이 말하는 본질을 더 적극적으로 일러주길 원했을 것이다. 내 뜻을 하나님의 뜻에 끼워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거짓되고 편향된 세상의 가르침은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설교 단상의 무게감과 목회자의 목양은 그렇기에 아무나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의 종’이라는 말은 그것이 가진 무게감과 성령께 부여받은 권위와 다름이 아니다.

교회여,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달라. 제 생각을 성경 말씀으로 포장하지 말고, 하나님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진짜 음성을 들려달라.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성도들이 지녀야 할 자세를 가르쳐 달라. 현 시국을 나와 다른 반대편과의 ‘영적 싸움’으로 포장해 교인들이 세상을 사랑과 포용이 아닌 선과 악의 대결로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달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도한 결과 끝에 들은 주님의 음성을 세상과 교인들에 전해달라. 교회여 응답하라!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