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용 목사의 스티그마] 소가 닭이 되기 전에

입력 2025-05-01 00:31

작가 장 드 라퐁텐이 쓴 잔혹 동화 ‘우유 파는 아가씨와 우유 단지’를 재해석한 이야기다. 소 한 마리를 가지고 어렵게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있었다. 농작물이 수확되기 전에는 가족이 먹을 것조차 가져다주지 못해 힘들게 살아간다. 마을 사람들이 “소를 팔면 부자가 될 텐데 왜 그리도 가난하게 사는가”라는 말을 듣고 농부는 가장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껴 소를 팔기로 한다.

장이 서는 날 길을 나서 마을을 빠져나올 때쯤 조랑말을 가진 사람이 “소는 끌고 가야 하지만 조랑말은 타고 갈 수 있으니 더 편하고 값도 더 나온다”고 말했다. 농부는 그 소를 팔아 조랑말과 교환한다. 조랑말을 타고 한참을 가던 중 이번엔 염소를 가진 사람이 “염소는 젖이 나오니 염소도 팔고 우유도 팔면 더 부자가 될 텐데”라고 하자 농부는 그에게 조랑말을 주고 염소를 받는다.

한 마을에 이르자 개를 키우는 사람이 “개는 집도 지키고 사람 말도 잘 들어 염소보다 더 잘 팔릴 것”이라고 하니 농부는 염소와 개를 맞바꾼다. 개를 끌고 가던 길에 닭을 키우는 사람이 “닭은 매일같이 알을 낳아 사람들이 개보다 더 좋다”라고 말했다. 농부는 다시 개 대신에 닭을 사서 데려간다. 그리고 장이 서는 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저물어 장은 파한 후였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농부는 아침엔 소를 데리고 나갔지만 돌아올 때는 작은 닭 한 마리만 가지고 돌아온 자신을 보며 얼마나 헛된 꿈을 꾸며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특별히 이번 대선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전 세계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 대격변 속에서 닭을 가지고 나갔다가 소를 가져올 지도자를 뽑을 것인지, 아니면 소를 가지고 나갔다가 닭을 가지고 올 지도자를 뽑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이에 그리스도인은 어떤 지혜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대통령을 뽑을 것인지 10가지 신앙의 기준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처럼 뽑아라. 성도를 따뜻하게 대해 주고 교회를 뜨겁게 사랑하는 목회자,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이라도 발 벗고 찾아 나서는 그런 담임목사를 청빙하고자 하는 기준으로 후보를 살펴보라. 둘째 장로를 뽑을 때의 마음으로 선택하라. 교회의 머슴이 되겠다는 사명으로 일하고 모든 성도에게 고개를 숙이며 어떤 자리에서도 헌신하는 장로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찾아라. 셋째 권사를 세울 때처럼 뽑아라. 권사는 성도들이 슬플 때 같이 슬퍼하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며 아픔과 상처가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 심방을 하는 직분자다. 넷째 집사를 선출할 때의 마음으로 하라. 교회의 궂은일은 앞서서 하되 진리에 멀어지고자 하는 세상을 향해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스데반 집사와 같은 후보를 택하라. 다섯째 선교사를 파송할 때의 마음으로 대통령을 선택하라.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걸고자 선교지로 떠나는 선교사처럼, 자기를 지지하는 국민이든 그렇지 않은 국민이든 상관없이 모두를 위해 목숨을 걸고자 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라.

여섯째 청년부 회장을 선출할 때의 마음으로 대통령을 뽑아라. 교회 청년부 회장은 시대에 앞서 가장 건강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리더다.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주류가 될 시대를 이끌 후보자를 뽑아라. 일곱째 상례부장을 세울 때의 마음으로 선택하라. 장례를 담당하는 상례부장은 슬픔에 빠져 경황이 없는 유족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 장례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지도자이다. 이렇게 백성들의 고충과 아픔을 마음을 다해 막힘없이 처리해 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라. 여덟째 동장 혹은 이장을 세울 때의 마음으로 뽑아라. 동장은 주민의 사소한 것까지 다 알고 챙기는 자이다. 모든 주민을 가까이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는 후보를 택하라. 아홉째 아버지와 같은 후보를 선택하라.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세속의 세상으로부터 지켜내고 큰 파도처럼 밀려오는 왜곡된 진리를 온몸으로 막아낼 줄 아는 방패막이와 같은 대통령을 세우라. 열째 초등학교 반장과 같은 대통령을 고르라.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모든 국민의 뜻과 의견을 끌어모아 경청한 후 해결해 주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하는, 그렇게 국민을 사랑할 줄 아는 후보에게 투표하라.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