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의 30%인 사교육비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요인
경기침체에도 늘어나는 이유
결국 대기업 ‘취업 공포’ 때문
진입장벽 낮추고 퇴출 자유롭게
성과 따른 이익분배 확실하게
고용구조 바꿔야 사교육도 풀려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요인
경기침체에도 늘어나는 이유
결국 대기업 ‘취업 공포’ 때문
진입장벽 낮추고 퇴출 자유롭게
성과 따른 이익분배 확실하게
고용구조 바꿔야 사교육도 풀려
최근 불안한 국내외 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지난 몇 주 동안 불안한 국내외 정세보다 자녀들의 중간고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다. 입시에서 수시의 비중이 높아지고 내신이 중요해지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를 때마다 온 가족이 홍역을 치른다. 다시 선택이 주어지면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글들이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기간 동안 적지 않게 올라올 만큼 자녀의 입시 교육은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부담이기도 하고 부부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녀의 입시 교육은 심리적 부담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이기도 하다. 사교육비 지출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에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77만원에 이른다. 2024년을 기준으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2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두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소득의 30%가량을 자녀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전국 평균 수치임을 감안하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자녀의 입시 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가정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녀의 입시 교육으로 인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의 성장은 그칠 줄 모른다. 어떤 입시 제도에도 맞춤형 대안을 제시하는 학원가의 유연성과 민첩성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사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개인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학원가의 혁신성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입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도 무력화한다. 또한 학원가의 공포 마케팅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높은 임금과 안정된 고용 환경을 제공하는 대기업에 취업하기 힘들다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사교육 시장의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고, 사교육의 부담도 줄지 않는 상황에서 출산장려금을 비롯한 지엽적인 출산 지원 정책만으로 출산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학원비 인상을 규제하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교대 입시 자료에서 볼 수 있듯 최근 낮은 처우와 학생 인권보호 등으로 교사가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면서 교원의 경쟁력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줄어들어야 한다.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 속에서 수출 주도형 구조를 가진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감소는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져 다양한 소비 활동을 가능케 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내수 진작에 기여할 수 있다.
모두가 선호하는 공기업을 포함한 대기업 일자리는 대략 전체 일자리의 19%를 차지한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양질의 중소·중견기업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겠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대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대학 입시에 대한 치열한 경쟁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은 공채를 기피하면서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최근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의 화두는 고정자산 축소와 고정비용 절감 노력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채용 이후 실질적 해고가 불가능한 노동시장에서 업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대기업의 적극적인 채용을 유인하기 위해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율배반적이지만 대기업의 고용 확대를 위한 해법을 사교육 시장의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퇴출이 자유롭고 성과에 따른 이익 분배가 확실한 사교육 시장의 생태계가 사교육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학원 수와 종사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교육 관련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사교육 시장의 혁신성과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인 고용 확대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내수 진작을 위해서도 6월에 출범하는 정부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으면 한다.
박희준
연세대 교수
산업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