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와 선고기일 지정을 일주일 만에 진행하는 전례 없는 속도전을 벌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 전 상고심 선고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법조계에선 대법관들 사이 합의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고를 늦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은 29일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합 판결을 다음 달 1일 오후 3시 선고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2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36일 만이다. 선거법 강행규정이 정한 ‘2심 선고 후 3개월 이내’라는 선고 기한을 훨씬 앞당긴 이례적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후보 사건을 2부에 배당하고 박영재 대법관을 주심으로 지정한 뒤 2시간 만에 전합에 회부했다. 전합 재판장인 조 대법원장은 같은 날 1회 합의기일을 열고 쟁점 파악과 향후 절차 논의를 진행하는 등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지난 24일 2회 합의기일에서 대법관들의 표결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노태악 대법관이 이해충돌 우려를 이유로 회피를 신청하면서 11명 대법관과 조 대법원장이 판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12명 중 7명 이상 다수의견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안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두 번째 합의기일에서 대법관들이 유무죄 의견을 밝히고 합의까지 쉽게 이뤄졌을 것”이라며 “합의가 된 상태에서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빠르게 선고기일을 지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이 후보가 2021년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것, 백현동 용도지역 변경에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다. 1심은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문기 관련 발언은 인식에 관한 것이고 백현동 발언은 의견 표명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대법원의 선고 기일 지정에 대한 기자들 질문을 받자 “법대로 하겠지요”라고 답했다. 2심 무죄가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대로 전합이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파기환송 판결이 나와도 대선 전 확정은 어려워 대선 출마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직접 유죄 양형까지 정해 판결을 확정하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