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홍준표(사진) 후보가 29일 “정치 인생을 오늘로써 졸업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홍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번 대선에서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이제 시민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가 좀 편하게 살겠다. 지난 30년간 저를 돌봐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 사무실로 돌아와 “더 이상 정치 안 하겠다. 이제 갈등의 현장에서 벗어나겠다”며 정계 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홍 후보는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캠프 사무실을 떠났다. 대구시장직도 던지고 배수진으로 임한 홍 후보의 ‘라스트 댄스’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모래시계 검사’란 별칭을 얻고 1996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한 홍 후보는 국회의원 5선, 경남도지사·대구시장 등 광역단체장 3선, 자유한국당 대표 등을 지냈다. 홍 후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24.03%를 얻으며 궤멸 위기였던 보수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20대 대선에도 도전장을 냈지만 당내 경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려 탈락했다. 당시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뒤지면서 패했다.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는 여러 차례 “한번은 ‘민심’에서 졌고 한번은 ‘당심’에서 졌다”며 와신상담을 다졌지만 끝내 벽을 넘지 못했다.
홍 후보는 국민의힘 주자 가운데 유독 2030 남성들의 지지가 높았다.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식의 속 시원한 소통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2차 경선 후반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설이 힘을 받으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흔들렸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의사를 적극 표명한 김문수 후보 쪽으로 당심이 쏠렸다는 해석이다.
한 권한대행 출마를 “비현실적”이라고 꼬집던 홍 후보도 막판 단일화 의사를 밝혔지만 흐름은 뒤집지 못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대선보다 당권에만 눈먼 사람들, 나 홀로 고도(孤島)에서 대선을 치르는 것 같다”며 한 권한대행 추대론에 힘을 싣는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더 이상 당에서 내 역할이 없고 더 이상 정계에 머물 명분도 없어졌다. 내일 30년 정들었던 우리 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탈당 뜻도 밝혔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