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月出山)은 전남 영암의 랜드마크다. 너른 평야에 우뚝 솟아 있어 어디서든 눈에 확 뜨인다. 해발 809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다른 산에 기대지 않고 홀로 화강암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직접 험한 산길을 오르며 기암괴석을 감상하는 것도, 멀찌감치 물러서서 산세를 바라보는 것도 월출산의 매력을 느끼는 방법이다.
월출산을 멀리서 보기 좋은 곳 가운데 하나가 금정면 연소리 활성산(498m)이다. 과거 강원도 대관령의 삼양목장 버금가는 660만㎡ 규모의 서광목장이 있었던 곳이다. 드넓은 초지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TV드라마 ‘주몽’과 ‘로드넘버원’ ‘근초고왕’ 등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초원지대로 이목을 끌었던 목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모기업인 서광그룹의 부도로 운영을 중단했다가 2004년 말 다른 그룹에 인수됐다. 이곳에 골프장 등 위락시설을 지으려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됐다. 이후 대명 GEC가 2011년 일대 부지를 매입, 3년 여 공사 끝에 ‘영암풍력발전단지’로 변모시키고 태양광 발전시설까지 추가했다.
활성산 정상에 서면 산등성이 위로 이어지는 하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그림엽서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분홍빛 철쭉 너머로 월출산과 함께 영암 읍내를 조망할 수 있다. 광주 무등산과 나주 금성산도 손에 잡힐 듯하다. 영산강 지류인 영암천을 휘돌아가는 강줄기와 영암의 너른 들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활성산 인근 덕진면 백룡산(420.8m) 자락의 ‘덕진차밭’도 월출산 감상 포인트다. 정식 명칭은 ‘한국제다 영암제2다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풍경은 그림이다. ‘좋은 날, 여기 영암’이라 적힌 차밭 정상 포토존에 서면 월출산의 능선이 노란색 사각 액자 조형물에 모두 담긴다. 푸릇푸릇한 찻잎 너머로 운암리 들판이 바다처럼 열리고 그 뒤에 월출산이 섬처럼 떠 있다. 이른 아침 월출산 자락이 안개에 휩싸이면 황홀한 풍경이 펼쳐진다.
‘영암 달맞이공원’은 영암의 새로운 명소다. 옛 영암읍성 터에 100m 길이의 공중 보도교를 놓고 산책로와 소공원, 바닥분수, 달 조형물 등을 조성했다. 보도교 중간에는 원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일부 바닥은 투명유리로 만들어져 아름다움과 짜릿함을 안겨준다.
영암읍성 일부 구간이 복원돼 있다. 성벽을 따라 여유롭게 걷다 보면 ‘보름달 조형물’에 닿는다. 달 조형물은 월출산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하다.
노란 꽃물결을 배경으로 월출산의 근육질 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영암읍 개신리 천황사지구에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인 100만 평의 유채꽃 경관단지다. 다만 ‘영암 월출산 유채꽃 축제’는 이상기온에 따른 꽃 생육 부진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하지만 일부 유채꽃은 노란 꽃을 활짝 피워 한가한 분위기 속에서 사진 찍기에 좋다.
월출산 탐방로는 영암군의 도갑사와 천황사에서 오르는 산길, 강진군의 무위사와 금릉경포대 코스가 전부였다. 2015년 영암읍에서 오르는 산성대 코스가 새로 열리면서 탐방로가 하나 더 늘었다. 2023년 가을에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 중이던 곳에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이 새로 열렸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으로 가는 길이다. 들머리인 대동제(저수지) 인근 주차장에 설치된 안내도에 따르면 주차장에서 상수원까지 800m(도보 20분 소요), 상수원에서 계곡을 따라 용암사지 3층 석탑까지 2.8㎞(1시간 40분 소요), 용암사지에서 마애여래좌상까지 100m(10분 소요)라고 표시돼 있다.
계곡을 따라 2시간 정도 오르면 용암사 터에 닿는다. 절터는 봄나물 머위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주변에 돌확과 샘터가 남아 있다. 남동쪽 언덕에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높이 4.65m 규모의 ‘월출산 용암사지 3층석탑’(보물 1283호)이 서 있다. 절터에서 10여 분 거리에 ‘하늘에서 가장 가깝고, 땅에서는 가장 먼’ 마애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국보다. 전체 높이 8.6m에 신체 높이만 7m에 달한다.
이곳에서 더 오르면 구정봉이다. 암반에는 물이 가득한 아홉 개의 크고 작은 웅덩이가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신비함을 지니고 있다. 아홉 마리 용이 웅덩이를 하나씩 차지해 살았다는 전설도 품고 있다.
여행메모
‘하늘 아래 첫 부처길’ 대동저수지 출발
독천리 낙지요리… 전통한옥·한옥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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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활성산으로 간다면 호남고속도로→ 광주외곽순환도로→49번 지방도→23번 국도→819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연보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한 뒤 여운재 고개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활성산 정상 주변은 전망대 및 공원 공사로 어수선하다.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은 기찬랜드에서 시작되지만 대동제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동제는 영암읍내에서 3㎞로 가깝다. 대동제에서 임도를 따라 1.2㎞ 걸으면 상수원인 대곡제에 닿는다. 임도 중간에는 철문이 있고 주차공간이 없으므로 무료로 운영되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한다.
영암의 먹을거리라면 단연 낙지다. 간척이 이뤄지기 전 포구였던 학산면 독천리 일대에 낙지요리를 하는 식당들이 몰려 있다.
영암에서는 전통한옥에서 묵는 것이 좋겠다. 군서면 모정리 모정마을의 월인당은 장작을 때는 전통한옥을 운영하고 있다. 구림마을에는 한옥민박이 있다.
영암=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