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거국 내각·개헌 연대’ 들고 나온다

입력 2025-04-30 02:43 수정 2025-04-30 02:4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과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국의 극단적 대결 정치 해소를 위한 ‘거국 내각’ 구성을 출마 메시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7체제’의 한계를 끝내자는 개헌론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이 민주주의 복원과 사회 통합을 말하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론 진보 진영을 포함한 개헌 세력들과 연대한다면 향후 대선 판도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구(舊) 여권은 기대한다.

구 여권 관계자는 29일 “한 권한대행은 정권 재창출이 아닌 통합의 정치를 말할 것”이라며 “87체제를 떠나 미래로 가는 개헌 연대, 거국 내각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일극 체제의 무한 대립을 반성하고, 그 해법으로서의 통합을 출마 명분으로 내건다는 얘기다. 국무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의 구상과 메시지에 대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여러 공식석상에서 정부·국회의 통합, 미래지향적 태도를 줄곧 강조했다.

야당을 포용하는 거국 내각, 대통령 권한을 나누는 개헌은 당파를 초월한 ‘반명 빅텐트’의 공통분모가 될 것이라는 게 구 여권의 분석이다. 우선 진보 진영 내 개헌 세력의 응집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한 권한대행을 포함한 다른 정치인과의 협력 조건을 “위기 극복, 정치 개혁, 사회 통합”이라고 밝히며 “이 중 정치 개혁의 핵심이 개헌”이라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견이 있으면 협력이 어렵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다르냐의 문제다. 미세한 것까지 똑같다면 두 사람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대결 정치의 종식은 유권자들을 겨냥한 대선의 핵심 어젠다가 될 만하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89.77%의 지지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것이 다른 각도에서 평가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제20대 대선에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도 국회도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고, 현재 민주당 이외의 정치세력은 군소 정파와 같다”며 “이 제도를 고쳐 견제와 균형, 책임정치의 논리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양극단의 대치 정치를 종식하고 국민 통합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는 기정사실이며 본인만 말하지 않는 데 가깝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해 “국민이 불러낸 것”이라며 “안 나갈 수 없게끔 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노무현·정몽준’ 프레임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도 같이 붙여서 해야 상승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빅텐트’를 추진할 것인지에 쏠린다. 구 여권 관계자는 “입당을 하지 않으면 ‘기호 2번’도 아니게 되고 국민에게 예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 대표는 “민주당은 ‘내란 지속’ 프레임으로 공격하는데 국민의힘은 그 프레임을 벗으려 제대로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에 들어간다면 본인의 강점인 국민적 지지나 확장성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자해 행위이며, 연대 의미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