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어 간호사도 떠나는데… PA합법화 앞두고 간호계 내홍

입력 2025-04-30 02:02
연합뉴스

10년 차 간호사 A씨(33)는 4년째 미국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3교대로 이뤄지는 고강도 업무를 소화하면서 틈틈이 국제공인 영어시험(IELTS)을 공부한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취업하는 방법도 알아봤다. A씨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잡기 전까지 두바이에서 지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을 빨리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간호사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전공의 역할을 대신해 온 간호사들의 업무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미국 엔클렉스(간호사 국가고시) 주관사인 NCSBN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 응시자는 2363명으로 세계 5위였다. 1~6월엔 5위권 밖이었는데 7월 이후 응시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미국 간호사 취업을 중개하는 K사 관계자는 “통상 1년에 체결되는 계약이 20~30건인데 올해는 4월까지 벌써 100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중개업체 P사 관계자는 “보통 미국, 뉴질랜드, 호주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최근에는 아랍 쪽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중개업계는 의·정 갈등 사태가 간호사 해외 취업에 불을 붙였다고 본다. 병원 운영이 불안정해지면서 신규 간호사 채용이 줄고, 현장 간호사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져 이탈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부터 누적된 피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선 한국보다 간호사 보수가 높을 뿐 아니라 업무 범위가 비교적 명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사 관계자는 “미국 이력서에 의사 업무까지 담당한 내용을 쓰면 오히려 월권으로 여겨져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기류를 전했다.

최근 국내에선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두고 간호사 단체 간 이견이 불거진 상황이다. PA간호사는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인력을 말한다. 전공의 이탈로 간호사 역할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이들의 의료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간호법을 오는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PA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분야를 18개로 세분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한국전문간호사협회(전간협) 등 23개 단체는 지난 25일 “현장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며 반박 성명을 냈다. 전간협 관계자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업무 분야 쪼개기가 아니라 PA간호사가 담당할 업무를 현실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