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식수대마다 가로수 심기… 제주도, ‘녹지밀도’ 높인다

입력 2025-05-01 02:52
지난달 21일 제주시 번영로 입구 도로변에서 느티나무 보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는 기존 먼나무 가로수가 생장이 느려 그늘 형성이 더디자 수관이 넓은 느티나무를 추가 식재하기로 했다. 오른쪽 사진은 제주시 연동 삼다공원 주변 나무 아래에서 시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삼다공원 일대는 1980년대 행정타운으로 조성하면서 식재한 후박나무, 담팔수 등이 거대한 녹음을 이루고 있다.

“이건 10년생 후박나무예요. 왕벚나무, 먼나무와 함께 제주에 가장 많은 가로수 수종이죠. 색이 어둡다는 지적이 있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보여주기 때문에 제주만의 거리 경관을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어요.”

지난 21일 제주시 건입동과 서귀포시 표선을 잇는 번영로 입구에서 나무 심기 작업이 진행됐다. 도로변을 따라 가로수 식수대 빈 구간마다 키가 3~4m가량 되는 후박나무가 속속 식재됐다.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사발 지지대를 설치하는 작업도 이어졌다. 도로를 개설할 때 가로수를 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사목이 발생한다. 가로수를 제때 보식해야 경관의 통일성이 확보되고, 길 따라 녹음이 이어져 시민들이 쾌적하게 보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가로수 보식 작업은 올해 연북로, 서사로, 중앙로, 도령로 등 제주 주요 도로변 곳곳에서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녹지를 채워라”

올해부터 제주 도심에 초록 숲을 입히는 작업이 본격 추진된다. ‘제주숲 공간혁신 시즌 2’다. 2026년까지 국비 211억원과 도비 353억원을 투입한다.

앞서 도는 2022년부터 한 해 120만 그루씩 6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추진해 3년 차인 지난해까지 크고 작은 나무 398만 그루를 심었다. 지난해부터는 도시숲 조성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참여를 본격화했다. 도민·기업의 헌수(獻樹)로 숲 4곳을 만들었다. 12개 단체가 가로수 일정 구간의 관리를 책임지는 반려 가로수 제도에 참여했다.

올해 추진하는 사업 중 도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사업은 가로수 보식 작업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로수 사이 간격이 넓어진 구간에 나무를 추가 식재해 녹지밀도를 높인다. 올봄 연북로 KCTV사거리~중앙여고사거리 4.3㎞ 구간에 느티나무 429그루를 심었다. 기존 먼나무가 있던 곳이다. 먼나무의 생장이 기대보다 느려 그늘이 적었다. 수관이 풍성한 느티나무를 심어 차량 통행이 많은 연북로의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울창한 가로숲을 형성해 쾌적한 보행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삼로 신광사거리~마리나호텔사거리 구간과 도령로 롯데시티호텔~공항입구 사이 구간에는 배롱나무와 수수꽃다리 등 색감이 있는 아교목과 관목 6760주를 심었다. 봄과 여름에 꽃이 피면서 겨울에는 낙엽이 져 상가의 민원이 적은 수종을 선택했다. 구도심인 서사로와 중앙로 등 가로수가 빈 식수대 곳곳에도 241주의 교목을 식재했다.

제주도가 결식지 외에 대대적으로 가로수 보식 작업을 시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600만 그루 심기 캠페인을 통해 도시녹지를 양적으로 크게 늘렸지만, 식재 장소가 일상 공간과 멀어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도민 불만을 반영했다.

정원도시로 새로운 출발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조경 디자인에도 본격 투자한다. 하반기 중 ‘정원문화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연내 제주형 정원도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원도시사업은 도민 참여를 기반으로 추진한다. 정원 정책은 유지 관리가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정원 전문가들과 첫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한다. 행정기관이 장소를 선정하면 시민 정원사들이 모여 작은 정원을 만든다. 도는 이 같은 시민참여형 정원사업이 방치된 공유지를 되살려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진행해 온 ‘마을정원 만들기’는 주민 중심에서 주민과 외부인이 함께 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주민과 외국인 등 누구나 폭넓게 참여하도록 문호를 열고, 앞치마나 모종삽 등 소소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노동이 아닌 문화 활동으로 참여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대규모 민관거버넌스를 구성해 민관 협력의 범위와 두께도 한층 두텁게 형성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24일 ‘서귀포시 정원도시 구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귀포시는 서귀포 실정에 맞는 정책 방향을 수립해 제주도에 제주형 정원도시 기본계획 수립 시 반영해 주도록 요청했다. 공원, 하천, 곶자왈 등 서귀포시가 보유한 자연 자원과 따뜻한 기후를 바탕으로 서귀포형 정원도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정원도시사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드러냈다.

한 그루 한 그루 소중하게 관리

도시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표도 개발한다. 도는 하반기 중 제주형 가로수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다. 제주 가로수의 조성 현황과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달라진 날씨에 적합한 수종과 관리 방안을 찾는다.

가로수 등 도시숲의 평가 항목 개발에도 착수한다. 생태적 건강, 활력도, 생물 다양성, 사회경제적 편익 등 항목을 개발해 5년 마다 측정하고, 측정 결과는 도시숲 관리 계획에 반영한다. 평가 대상 설정을 위해 표준지 436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첫 추진한 민관 협력 사업을 올해 확대 추진한다. 4~5월 중 도시숲 조성 참여 기업을 공모한다. 대상지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공원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수변공원이다. 올해는 공원뿐만 아니라 도심지 교통섬, 가로수 빈 공간 등으로 조성지를 더욱 다양화했다. 반려가로수 돌봄사업은 25개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11개 단체에서 참여 규모를 2배 이상 늘렸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제주 도시숲 정책이 관 주도에서 민관 협력으로, 식재 중심의 양적사업에서 도민 체감도와 도시 경관까지 생각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도민과 관광객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