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국내 완성차·부품업계… 美, 중국산 대체 반사이익 기대도

입력 2025-04-29 18: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완화한다는 방침이 나왔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한시름 돌린 분위기다. 사진은 29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완성차와 부품 관세에 대한 완화 방침을 내비치자 국내 관련 업계도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중국산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GM 등 미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이번 관세 완화 조치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수입차 25% 관세와 별도로 철강·알루미늄 등에 중복 관세가 붙을 경우 관세율이 최대 50%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복 관세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사라졌다.

부품 공급망 확보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더라도 부품은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서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29일 “부품이 완성차가 되는 과정에서 국경을 7~8차례 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기존 관세 정책을 유지했다면 부품 원가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신규 부품사 발굴을 위해 이미 현지에 전문 인력을 파견했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완성차 업체보다 국내 부품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부품은 약 82억2200만 달러(약 11조8224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약 225억4700만 달러)의 36.5%가 미국으로 향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달 3일 시행되는 부품 관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막막했는데 이번 조치로 한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국내 부품업체가 미국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되던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패권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은 중국산 부품에 6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미국에 공장이 있는 완성차 업체가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경우 국내 부품업계엔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는 셈이다. 실제로 2018년 미·중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매긴 뒤 한국의 대미 부품 수출이 증가했었다.

한국 정부를 주축으로 국내 완성차·부품의 미국 관세를 면제받기 위한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상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 조치를 보면 앞으로도 관세 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전에 관세를 줄이기 위한 논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