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공천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명씨는 검찰에 출석하며 “오세훈을 잡으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범죄자가 큰소리치는 사회가 안타깝다”고 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검사 공천을 부탁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검찰이 막바지 사실관계 정리 작업에 돌입한 만큼 김 여사와 오 시장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서울고검으로 불러 조사했다. 명씨는 검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오세훈을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며 “그분이 지금 기소될 사항이 20개인데, 10%도 (언론에) 안 나왔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자료 13건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비용 3300만원을 명씨 측에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날 명씨로부터 “오 시장이 2021년 1월 22일 4차례 전화해 ‘나경원 당시 후보를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통화에서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를 거론하며 사업가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빌린다고 했고, 오 시장 측 소개로 같은 해 2월쯤 김씨를 만났다는 게 명씨 주장이다.
검찰은 오 시장과 7차례 만났다는 명씨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만남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여론조사 관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조사 후 “(만남 횟수에 관한) 증거 자료를 냈다. 황금폰에 다 있다”고 했다. 명씨는 자신이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자 오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와 만난 건 3차례뿐이며 직접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명씨는 민주주의 보루인 선거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범죄자”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명씨는 지난해 총선 당시 김 여사로부터 김 전 검사의 경남 창원의창 공천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명씨는 “김 여사가 ‘조국 수사 때 김상민 검사가 고생을 많이 했다. 챙겨주라’고 얘기했다”며 “김영선에게 ‘공기업이나 장관직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김상민 도와주라고 해서 내가 안 된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평택시장 후보로 공천됐던 최호 전 경기도의회 의원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친윤(친윤석열)계’인 최 전 의원을 예비후보로 밀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명씨는 김 전 검사를 제외한 다른 공천 대상과 자신은 관련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 대질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30일 명씨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
김재환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