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코스닥에 입성한 신약 개발 기업 오름테라퓨틱이 상장 두 달 만에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을 자진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임상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은 증권신고서에 포함돼 있었지만, 공모 당시 내세운 실적 달성은 물론 당분간 매출을 낼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주가는 폭락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상장 후 석 달 만에 매출 공백이 발생해 주가가 폭락한 ‘파두 사태’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등 치료 후보 물질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지난 2월 상장 직후 3만6850원까지 올랐던 오름테라퓨틱의 주가는 공시 직후 곤두박질쳐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이날 8.07% 올랐지만 여전히 공모가인 2만원 아래다. 하한가 이후 신규 투자한 이를 제외하면 모든 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됐다.
시장에서는 임상 자진 중단이 상장 후 두 달여 만에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오름테라퓨틱 ORM-5029 임상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상장 전인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오름테라퓨틱은 임상 1상에서 1명의 참여자에게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보고돼 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을 본격화하던 때로, 유일한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인 ORM-5029를 중단하면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임상 중단 결정을 상장 이후 시점으로 미뤄 투자 손실을 기관 투자가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이전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오름테라퓨틱 초기 투자자 상당수가 상장 직후 지분을 내다 팔아 수익을 챙겼다. 바이오를 전문으로 하는 한 초기 투자자는 “초기 투자자들의 압박에 임상 중단을 상장 이후 시점으로 연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관사인 한투증권은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또다시 신뢰성에 타격을 받게 됐다. 한투증권은 ‘뻥튀기 공모가’ 논란의 중심에 선 반도체 팹리스 파두와 상장승인이 취소된 IT기업 이노그리드의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어 투자자들이 한투증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투증권은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ORM-5029의 임상 실패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관련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공시했다”며 “시장에서는 해당 리스크를 인지하고 반영돼 투자 판단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증권신고서에 ORM-5029가 SAE로 인해 임상이 일시 중단됐고, 중단될 수도 있음을 밝혔다. 다만 상장으로 받은 돈은 “ORM-5029의 다국적 임상 2상까지 완료하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도 쓰여 있어 단기에 임상 중단을 예상하는 개인 투자자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름테라퓨틱의 임상중단 사태에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자금 회수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1분기 기준 산업은행은 오름테라퓨틱 지분 5.43%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