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주불이 23시간여 만에 잡혔다. 도심형 산불의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9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함지산 산불 주불이 잡혔다. 일출과 동시에 헬기 53대, 인력 1551명, 장비 200여대 등을 투입해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산 주변 민가로 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이번 불로 인한 산불영향구역은 260㏊에 이른다.
산림당국은 도심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야간 비행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 2대를 투입하고 열화상 드론을 통한 화선 관측, 산불지연제 집중 투하 등을 실시했다. 민가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이전에 수리온 헬기 1대를 야간에 시범적으로 투입한 경우는 있지만 2대를 투입해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바람이 잦아진 것도 도움이 됐다. 산불은 전날 오후 2시1분쯤 함지산 9부 능선에서 시작됐다.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을 타고 산불이 계속 확산하자 산림당국은 산불 대응 1·2·3단계를 차례로 발령했다. 소방청도 민가 방향으로 확산하는 산불에 대응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다행히 29일 오전에는 평균풍속이 초속 1m 정도로 잔잔해져 진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재산피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여 전 경북 산불 때 초동 대피가 늦어 인명피해가 커진 것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선제적 대피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전날 산불 확산이 우려되자 산불영향권에 있는 노곡동, 조야동, 서변동 등의 주민 6500여명에게 7개 대피소 등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산림당국은 주불 진화 후 대피소에 남아있는 주민 200여명에 대해 순차적으로 자택 복귀를 도왔다. 산불로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들은 30일부터 정상 등교한다.
그러나 산불 발화 원인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불 최초 신고자는 발화 지점과 상당한 거리에 있는 농가 관계자다. 발화 지점이 입산통제구역이라 주변에 CCTV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지난 1일자로 지역 주요 산에 대한 입산통제 긴급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시는 실화 등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발화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산불 원인을 끝까지 밝힐 방침이다.
다만 이날 오후 7시31분쯤 산불이 부분 재발화했다. 백련사 방면 7부 능선에서 정상 방향으로 약 30m 길이의 불띠를 형성했다. 소방 당국과 북구청은 진화 인력 55명과 소방차 등 장비 16대를 동원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산림청 헬기는 30일 일출 때부터 투입될 예정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