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사진)가 29일 방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평가받는 트럼프 주니어는 국내 주요 재계 인사들과 면담을 하고 30일 출국할 예정이다.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후 전용기편으로 입국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한 보수 청년단체가 주관한 정치 콘퍼런스 행사 참석 이후 8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첫 공식 방한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1박2일 일정으로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머무르며 재계 주요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면담 시간은 총수마다 1시간 안팎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가 주로 재계 총수의 얘기를 경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과의 면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도 언급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해외 체류 일정 탓에 면담이 어렵다. 참석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은 “구체적인 면담 일정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방한 목적이 국내 재계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정·관계 인사와의 일정은 별도로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그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방한 요청에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둘은 같은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종교적 유대도 깊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6일간 머무르기도 했다.
방한이 성사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할 수 있게 정 회장이 가교 역할을 해 달라는 국내 재계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사업 비중이 큰 반도체·자동차·에너지·철강·방산 등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의 면담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했다. 하지만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은 미 백악관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J 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추천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