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합 휴머노이드 경쟁 치열
미국 테슬라 제품, 유연한 ‘손’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눈길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생산국
전 세계 제품 70%가 중국산
정부 주도로 장기 계획 세우고
민간 기업 개발 촉진
한국은 한때 로봇 강국
지금은 글로벌 경쟁에 뒤처져
차기 정부, 관심 가져야
미국 테슬라 제품, 유연한 ‘손’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눈길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생산국
전 세계 제품 70%가 중국산
정부 주도로 장기 계획 세우고
민간 기업 개발 촉진
한국은 한때 로봇 강국
지금은 글로벌 경쟁에 뒤처져
차기 정부, 관심 가져야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패권 경쟁 도구로 부상했다. 미·중 양국이 주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은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인간형 로봇 대중화의 시대를 예고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의 결합으로 한층 똑똑해진 휴머노이드 로봇은 점점 더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중이 경쟁적으로 양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장과 가정으로 파고들어 머지않아 인간의 육체 노동과 가사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테슬라가 개발한 ‘옵티머스’는 비탈길에서 미끄러져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동작으로 춤을 춘다. 최신 모델은 손가락의 모든 관절을 따로 따로 움직일 수 있다. 도구 사용이 인간에 가까워진다. 자동화가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연내에 옵티머스 수천 대를 생산해 자사 전기차 공장에 우선 투입하고, 수년 내에 100만대까지 늘려 다른 기업에 판매하려고 한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옵티머스를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게 머스크의 기대다.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장기적으로 10조 달러(약 1경4381조원)의 매출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한다. 10조 달러는 테슬라의 2024년 연간 매출(976억 달러)의 100배가 넘는 수치다.
전 세계 AI칩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로봇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코스모스 플랫폼’을 공개했다. 독자적인 AI를 채택하고 있는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로봇 기업들의 제품 개발을 엔비디아가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올 초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가 차세대 AI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는데,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사례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최대 생산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의 70%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계적 성능과 유연성은 미국산 못지않다. 공중제비돌기를 시연하고, 쿵후 동작을 선보이는 제품들도 있다. 두 발 자전거를 타는 휴머노이드도 있다. 휴머노이드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축구 경기를 시범 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 춘절 갈라쇼에서는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H1이 사람과 함께 칼 군무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다만, H1이 청중석에 앉은 사람을 공격해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건 갈수록 치열해지는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을 하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민간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술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 총력전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두 나라가 똑같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에 맞춰 워싱턴포스트에는 ‘미국이 AI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실렸다. 광고주는 창업한 지 8년 만에 140억 달러(약2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케일AI’라는 스타트업의 CEO 알렉산더 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취임식에 참석한 왕은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이 AI 전쟁에서 중국을 이기려면 연방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이점이라며 정부 차원의 AI 활용과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규제 완화와 기술 표준 수립, 리더십 강화 등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5000억달러(약 719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정책을 세우고, 핵심 부품 개발 완료부터 제조 인프라 구축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했다. 중국 정부의 장기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중국내 휴머노이드 제조기업은 4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난 2월 딥시크 쇼크로 대변되는 중국의 AI 굴기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우리나라는 한때 로봇 강국으로 꼽혔지만 이족보행이 가능한 제품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련 특허는 세계 5위라고 하지만 양과 질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차기 정부는 휴머노이드 경쟁력 확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