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반도를 덮친 대정전 사태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주요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
정전은 28일 정오쯤(현지시간)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남부 일부도 피해를 봤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 등 이베리아반도 주요 도시에서 전화와 인터넷망, 금융 결제, 교통망이 마비됐다. 지하철과 고속열차는 운행 중 멈춰 섰고 항공편 결항도 속출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업무 도중 발생한 정전으로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휴대전화는 작동하지 않았다. 신호등이 멈춘 도로에선 시민들이 목적지를 쓴 종이를 들고 택시를 잡았다”며 마드리드 시내의 혼란상을 전했다.
산소호흡기 작동이 멈춘 노인요양시설에선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와 경찰차 등이 동원됐다. 정전으로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일부 문을 연 점포에선 생필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지만 카드 결제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전력은 18시간여 만에 대부분 복구됐다.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 레드엘렉트리카는 “29일 오전 7시를 기해 전국 전력 수요의 99.95%가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전력망 운영사 REN 도 이날 “국가 전력망의 모든 변전소가 전날 밤 11시30분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정전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기후변화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REN은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기온 변화가 초고압 송전선에 진동을 일으켰다. 이는 ‘유도 대기 진동’으로 설명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스페인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크게 의존한 것이 전력망을 취약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