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복장과 점심시간 단속에 나서면서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손실 사태나 횡령, 부당대출 등 금융 사고를 명분으로 근무 기강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은 금융 사고 예방과 전혀 관련이 없는 대응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점심시간 1시간 준수와 업무시간 중 불필요한 이동 등을 금지하는 등의 근무 지침을 내렸다. 동시에 비즈니스 캐주얼이던 복장 규정을 정장으로 바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캐주얼을 입다 정장을 입으면 금융사고가 예방되는 것이냐”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시간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곳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한증권의 지침 이후 KB증권도 점심시간을 포함한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증권사는 점심시간을 당번제로 운영한다. 당번인 사람은 사무실에서 남아 일찍 나간 사람이 돌아오면 교대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는데, 이 역시 1시간을 준수하는 분위기가 됐다. 하나증권과 IBK투자증권도 점심시간 1시간 준수와 복장 규정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의도 분위기상 오전 11시만 되어도 점심 장소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사람을 만나는 영업 성격이 짙은 증권사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회사도 할 말은 있다. 영업과 관련성이 낮은 지원부서 직원들도 근무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점심시간을 오전 11시가 아니라 10시 40분에 시작하기도 한다”며 “회사의 규정도 이들을 향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