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외식업계도 타격을 입은 가운데 피자 프랜차이즈들의 지난해 실적도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해졌고 가격 부담이 적은 간편식도 다양해지면서 피자집 업황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미노피자 운영사인 청오디피케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2억원으로 전년(2095억원)보다 4.0% 감소했다. 판매관리비(판관비) 절감 노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영업이익은 전년의 51억원 대비 37.2% 증가한 70억원을 기록했다. 파파존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5억원으로 전년(42억원)보다 17.2% 감소했다. 매출 원가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매출은 5.5% 증가한 718억원이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1억원으로 2023년(-16억원)보다 적자 폭이 1년 새 31.3%가량 커졌다. 매출액은 141억원으로, 전년(179억원) 대비 21.2% 감소했다. 미스터피자는 1990년 가맹사업에 뛰어든 뒤 굴지의 피자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2010년대 후반 경영진의 갑질 파문으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입은 뒤 부진의 늪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스터피자의 가맹점 수는 2021년 216개에서 2023년 183개로 줄었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피자헛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 본사인 얌브랜즈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A) 종료가 임박하면서 브랜드 자체가 국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피자헛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한 달여 앞두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과의 분쟁이 여전한 데다 수익성도 떨어진 상태라 새 주인을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문 닫는 피자 가게도 늘고 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주요 피자 브랜드들의 폐점 가맹점 수는 2020년 580여개에서 2022년 1000곳을 넘겼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3621억원에서 2020년 1조5622억원, 2021년 1조7850억원, 2022년 1조8195억원으로 조금씩 늘었지만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외식 피자를 외면하는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저렴한 냉동피자 등 대체재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CU가 최근 5년간 냉동 간편식의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1월 1일~4월 20일) 냉동 피자의 매출 비중이 28.1%를 기록하며 냉동 만두(27.2%) 매출을 뛰어넘었다. 냉동 피자는 2021년 17.9%로 냉동 간편식 중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낮았다. 팬데믹을 지나오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처음으로 20% 후반대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플랫폼을 통한 배달 수요가 다양해진 데다 고물가 기조로 냉동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간편식 수요가 증가 추세라 피자집 입지가 좁아질 듯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