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 1인당 GDP, 韓 추월 전망… 혁신 등한시한 대가

입력 2025-04-30 01:20
사진=AFP연합뉴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내년부터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IMF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24년 만의 역전인데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대만과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 안보 환경 등이 유사함에도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경쟁력, 정부 지원, 민·관·정 협업 등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2022년에 우리나라에 1인당 GDP를 역전당한 뒤 추세가 이어지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

국민소득은 경제 성장세가 뒷받침돼야 올라가는데 여기서부터 한국과 대만 차이는 현격하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0%, 내년 1.4% 저성장에 머무는 반면, 대만은 같은 기간 2.9%, 2.5%로 우리를 크게 웃돈다. 2030년까지 내내 2%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도 전망됐다. 추이를 떠나 당장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보다 4.1%나 줄어들면서 3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망됐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저성장 수렁에 빠졌다는 얘기다.

대만은 지난해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약 60%로 우리(36.3%)보다 훨씬 높다. 대미 수출 순위(6위)도 우리(8위) 앞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타격을 더 많이 받아야 할 대만이 흔들리지 않는 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AI의 흐름을 빨리 받아들여 TSMC 등이 세계 AI 칩과 서버 공급의 핵심에 자리잡으며 막강한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20년간 반도체, 자동차, 조선 중심의 수출에만 안주하며 전반적으로 미래 경제를 이끌 AI 생태계에서 소외됐다. 우리가 정쟁 등으로 반도체 특별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이 대만은 첨단 산업 중심지에 예산 20조원 투입, 조 단위의 세금 감면 혜택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고도 대만에 뒤처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다. 경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 혁신에 소홀히 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바통은 우리가 이어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