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박노훈 목사)에서 28~29일 열린 심포지엄의 주제는 ‘설교를 위한 예술적 상상력’이다. 폴 스콧 윌슨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와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 등이 강사로 나섰다.
4페이지 설교법
“같은 본문을 두 번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첫 번째는 회개를 위한 율법의 관점에서, 그다음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는 복음의 관점에서 보는 거죠. 이렇게 하면 청중은 단순한 도덕적 훈계를 넘어 하나님의 은혜로 설교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윌슨(사진) 교수는 이런 식의 본문 해석을 바탕으로 ‘4페이지 설교법’을 제안했다. 각 페이지는 ①성경 본문에서 드러난 문제 ②오늘 우리를 둘러싼 문제 ③성경에 드러난 은혜 ④오늘 우리가 누릴 은혜로 구성된다. 윌슨 교수는 “종이 네 장 안에 설교 내용을 정리하란 뜻은 아니다”며 “복음을 전달할 기본 문법으로 이해하면 된다. 때에 따라 ② ① ④ ③으로 순서를 바꿔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에만 집중하고 은혜를 소홀히 하는 설교자들이 적지 않다”며 “설교문을 쓸 땐 성경에서 드러난 은혜와 우리가 누릴 은혜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다. 은혜가 선명해지면 문제는 빨리 정리된다”고 조언했다.
설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도 제시했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CUP)를 쓴 브라이언 채플의 ‘새벽 3시 테스트’다. 윌슨 교수는 “주일 새벽 3시에 자다 깼을 때도 설교 핵심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다면 그 설교는 아직 미완성”이라며 “설교자에게 흐릿한 설교 내용은 청중의 기억에도 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음악이나 공연에 사용되는 기법을 활용하라는 제언도 나왔다. 윌슨 교수는 “음높이 속도 열정 등을 골고루 섞어 자신만의 설교 방식을 찾으라”며 “내러티브 설교를 하고 싶다면 설명만 하지 말고 장면을 보여주라. 정보만 전하지 말고 묘사를 통해 경험을 제공하라”고 조언했다.
설교를 드라마로
허요환(사진) 목사는 교회를 하나님의 복음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에 빗댔다. 그러면서 “설교는 성경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드라마를 오늘 우리 시대에 재현하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허 목사는 “설교는 단순한 교리 전달이 아닌 ‘낯설게 하기’의 예술”이라며 “예수님은 새나 꽃, 씨앗 같은 일상적 소재를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재구성해 말씀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낯설게 하기 효과를 현대 설교에 접목할 방법으로 허 목사는 플롯 구성을 제시했다. 그는 “스토리가 나열이라면 플롯은 의도적인 재배열”이라며 “영화나 드라마가 재밌는 건 스토리 자체가 아닌 플롯에 있다. 주제 문장을 드러내는 플롯을 공들여 구성하면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