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도 잘 팔렸는데… 국민 트럭마저 급브레이크

입력 2025-04-29 18:37 수정 2025-04-29 18:54

올해 들어 1t 트럭 판매량이 급감했다. 1분기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경기침체=1t 트럭 증가’라는 공식마저 깨졌다. 어떻게든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와르르 무너진 결과다.

2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 포터2 판매량은 1만5032대(전기차 포함)로 전년 동기(2만642대) 대비 27.2% 줄었다. 기아 봉고3는 같은 기간 8864대 판매돼 1년 전(1만1932대)보다 25.7% 감소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은 대부분 라인이 특근을 하는데 포터 생산 라인만 특근 계획이 단 하루도 없다. 재고가 쌓여있어서 계약하면 즉시 출고가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1t 트럭은 불황에 더 잘 팔린다고 알려졌다. 경기가 나빠지면 포터나 봉고를 구매해 자영업에 나서는 서민이 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경기가 위축됐던 1999년에 포터 판매량은 전년 대비 61.4%, 봉고는 27.1% 증가했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엔 포터가 판매량 9만2411대를 기록해 승용차를 포함한 전체 차종 중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포터와 봉고마저 판매량이 급감했다. 코로나19만 넘기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고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더 심한 내수침체에 시달리다 결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고 있어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2% 후퇴했다.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지난달 기준 11만9768명, 신청 채무액은 19조3684억원에 달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2%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향후 3년 이내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는 전체 응답자의 43.6%에 달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유 차량이 액화석유가스(LPG) 모델로 대체된 것도 1t 트럭 급감에 영향을 줬다. 2023년 말부터 정부가 1t 트럭 경유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면서 현대차·기아는 경유 모델을 단종하고 LPG 모델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가 줄었다. 전기 1t 트럭은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200㎞대에 불과하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1t 트럭 운전자들에겐 부담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도 전기 1t 트럭 판매량 감소를 부추겼다. 기아는 지난 22일 신형 봉고3 전기 트럭을 출시하면서 최대 주행거리를 기존 211㎞에서 217㎞로 6㎞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1t 트럭 성능이 개선되더라도 내수 침체 터널의 끌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당분간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체들도 당분간 무리한 생산보다 관망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